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를 승인했다. 신종플루 사태 당시 타미플루 같은 역할을 해주리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국내 도입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러다 백신을 제때,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 최우선 투약' 같은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 FDA는 22일(현지시간)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가정용으로 12세 이상 연령층에게 긴급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임상시험 결과 팍스로비드는 입원과 사망률을 89% 정도 줄이는 결과가 나왔다. 5일간 12시간마다 한 알씩, 모두 30알을 복용해야 한다. 30알 기준으로 가격은 530달러, 약 63만 원이다.
정부가 확보한 팍스로비드 물량은 16만 명분 이상이다. 애초 사전 계약을 통해 확보한 물량 7만 명분의 배가 넘는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국내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안심할 정도의 양은 아니다. 23일 0시 기준 재택치료자 3만2,000여 명과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1만1,000여 명에 투약한다고 가정하면, 약 12만명분밖에 남지 않는다. 하루 신규 재택치료자가 4,000~5,000명 정도라 여유분조차 얼마 더 쓰지 못한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오후 치료제 구매 상황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취소했다. 이유는 "계약이 진행 중이라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추가 물량을 속 시원하게 밝히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질병청 관계자는 "확보한 건 16만 명분 이상이고, 추가로 더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 머크(MSD)사의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몰누피라비르)'를 4만명분 더 확보, 총 24만2,000명분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몰누피라비르의 효능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FDA는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긴급 승인을 보류했고, 프랑스는 선구매 계약을 파기까지 했다.
정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FDA가 승인 보류했다지만, 몰누피라비르의 약효 자체가 없는 건 아니다"며 "FDA의 입장을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식약처가 승인할 경우 도입 시기를 2월 초로 앞당길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치료제 구매, 처방 계획을 보다 정교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몰누피라비르에 대해서는 "효능이 다소 떨어진다 해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며 "화이자 치료제가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 시간을 번다는 차원에서도 들여올 수 있다면 빨리 들여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치료제를 경증 확진자들에게 쓸 게 아니라 위중증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높은 '미접종자 고위험군'에게 집중적으로 처방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위중증 환자 증가이기 때문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에게 발현 5일 이내 투약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치료제 물량을 확대할 때까지 효과적으로 투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