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도 영업제한도 안 받는 24시 무인카페… 형평성 논란

입력
2021.12.23 19:15
10면
4인 이하, 9시 영업시간 제한 등 적용 안돼
음식업 아닌 자판기업으로 업종 분류된 탓
"제도 허점 보완하고 개인 방역 신경 써야"

이달 21일 오후 9시 30분 서울 용산구의 한 무인카페. 사흘 전 사회적 거리두기 재개에 따른 영업제한 시간대(오후 9시 이후)임에도 손님 3명이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카페는 방역패스 적용 대상 업종이지만, 무인카페엔 이를 확인할 사람도 없었다. 가게 입구에 QR체크인 기계와 수기 작성용 출입자 명부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카페에 온 지 40분 정도 됐다는 박모(35)씨는 "영업시간 제한으로 이 시간에 여는 카페는 이곳뿐"이라며 "QR체크인 기계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같은 카페 영업을 하면서도 무인카페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따르지 않고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무인카페는 일반 식당이나 카페처럼 음식업종이 아닌 식품자동판매기(자판기)업종으로 분류돼 방역지침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실시간 관리 역부족… 소음·불법주차 민원 발생도

같은 날 동작구의 49㎡ 규모 무인카페에도 손님 1명이 QR체크나 수기 명부 작성, 체온 측정을 전혀 하지 않은 채 곧장 자리에 앉았다. 인근 또 다른 무인카페는 안심콜 안내문만 붙어 있을 뿐 QR체크인 기계와 체온측정기조차 없었다. 매장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방역 사각지대로 방치되는 모양새다. 영등포구에서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얼마 전 구청으로부터 주의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매장을 원격 모니터링하는) 카메라를 계속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데다 방역패스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무인카페를 찾는 이들이 갈수록 늘면서 방역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무인카페 인근 주민 권모(38)씨는 "방역지침과 상관없이 영업하다 보니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며 "일행들이 마스크를 벗고 시끄럽게 떠는 것을 보고 있으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발열 여부 상관없이 출입... 수기명부·체온계 무용지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수도권 소재 무인카페와 스터디카페 20곳의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한 결과 18곳이 발열 여부와 관계없이 출입할 수 있었다. 12곳은 체온계가 없거나 고장난 체온계를 비치했고, 3곳은 출입명부가 없거나 한 달 이상 작성 이력이 없는 명부를 방치하고 있었다.

무인카페는 업주와 이용객의 자발적 협조 외에는 명확한 방역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이 자판기업종으로 신고돼 있어 음식점으로 등록된 일반 카페와 달리 방역지침을 적용받지 않는 탓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엔 무인카페에 테이블 비치를 금지하는 수칙이 있었지만 올해는 무인카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라며 "종업원이 없으니 방역패스 확인도 어렵고, 수칙을 지키도록 권장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염 확산을 초래할 수 있는 허점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방역당국의 역할"이라며 "오미크론 확산 위험이 높은 만큼 이용자들도 스스로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