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 도시 돌며 느낀 국경의 추억 담아 6년 만에 완성한 첫 책"

입력
2021.12.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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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청소년 부문]'국경' 구돌·해랑 작가

구돌 작가의 그림책 데뷔가 늦어진 건 순전히 '국경' 때문이다. 그림책이 좋아 첫 더미북(초안본)을 들고 무작정 출판사를 찾아갔다가 거절당한 게 무려 8년 전이건만 지난 10월에야 첫 책 '국경'이 나왔다. 수많은 더미북을 만들면서 데뷔는 꼭 "인생 과제"인 국경으로 하자고 마음먹었다. 6년 전 국경이라는 주제를 구체화하면서 절친한 해랑 작가에게 그림 작업을 제안했다. 이후 글 작업에만 1년, 초고가 나온 상태로 출판사와 계약한 후에도 5년 더 걸려 완성했다.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 청소년 부문 공동 수상작이 된 '국경'은 그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 빛을 보게 된 책이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구돌·해랑 작가는 "꾀부리지 말고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국경'은 글을 쓴 구돌 작가의 '배낭 여행자'라는 정체성이 승화된 책이다. 20년 전 일이지만, 세 차례에 걸쳐 28개월간 약 60개 도시를 여행한 그는 국경을 넘나들며 생각한 것들을 항상 가슴에 담아둔 채 살았다. "남들이 커리어 쌓을 동안 여행만 다녔으니 한 번쯤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인생 과제였죠."

막상 국경을 주제로 잡았지만 참고할 만한 개론서 한 권 찾을 수 없어 치열하게 공부부터 해야 했다. 지정학과 각국의 정치·경제·문화·역사를 다룬 외국 서적과 기사, 논문을 섭렵했다. 남북한 군사분계선과 통일 한반도를 가상한 지면을 꾸미기 위해서는 3개월간 통일 관련 강의도 들었다. 작업실을 공유하는 선배 작가들이 "왜 책은 안 만들고 공부만 하고 있냐"고 물을 정도였다.

함께 작업한 해랑 작가의 수고로움도 만만치 않았다. 구돌 작가에게 사진 자료 3,000장을 넘겨받았다. 그림책 분야 경력으로는 선배 격인 해랑 작가는 "'국경'은 그간 해온 작업 중 가장 공들이고 신경 쓴 책"이라고 했다. "국경이라는 주제에 공감했기 때문에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5년간 다른 작업을 병행하면서도 '국경'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두 사람은 현재 각자 신작 출간을 앞두고 있다. 구돌 작가는 내년 초 '일곱 할머니와 놀이터'라는 책으로, 이번에는 글뿐 아니라 그림 솜씨도 선보인다. 해랑 작가는 글 작가 원고에 그림을 그려 넣는 작업 외에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글 없는 그림책을 준비 중이다.

구돌·해랑은 모두 필명이다. 구돌 작가는 "100개가 완성되기 전 가장 많은 숫자인 99개의 돌이라는 뜻"이라며 "많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