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폭증에 11월 치명률 1.12% ... 9개월 만에 최악

입력
2021.12.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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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고갈에 서울대병원 '중환자 전원 시스템' 추진
서울아산 등 빅5 대형병원도 코로나 대응 강화
"병상 늘리는 만큼 코로나 간호사 이탈 막아야"

정부와 의료계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장기전 채비에 나섰다. 확진자, 위중증 환자 증가에 이어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11월 치명률은 1.12%를 기록했다. 9개월 만에 최악의 수치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90%에 육박하고 있어 치명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의료체계가 한계치에 도달하자 서울대병원을 비롯, 상급 대형 병원들이 속속 코로나19 전담 병상 확충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병원 '중환자 전원시스템' 준비...병상 30~40% 늘리는 효과

20일 서울대병원은 위험 수위에 다다른 코로나19 의료역량에 대응해 비상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현재 54개인 코로나19 병상을 90개까지 확대하고, 병동 폐쇄 등을 통해 의사 40명, 간호사 100명을 확보, 배치한다. 또 비응급 수술을 미뤄 중환자실 수요를 줄이고, 테니스장에 음압시설을 갖춘 모듈형 병상 48개를 만들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입원 20일이 지나 격리가 해제된 중환자를 다른 협력 병원의 일반 중환자실로 보내는 방안이다. 서울대병원은 서울백병원, 서울부민병원, 대림성모병원 등과 협력, '중환자 전원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는 방역당국도 강조해왔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낸 부분이다.

"종합병원 네트워크 모델 환영" ... 중환자 이송은 주의해야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과장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일반 중환자실이 가득 차 있어 격리해제된 코로나19 중환자도 전담 병상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협력 병원에서 중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면 중환자 병상을 늘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전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30~40%의 병상 확충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동 가능한 환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현 시점에 매우 중요하다"며 "중환자 전원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병상 부족 문제를 떠나 이런 노력이 있어야 장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아산은 '감염 관리 센터' 2월 오픈 ...빅5도 장기전 태세

'빅5'로 불리는 상급종합병원들도 코로나19 장기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정부의 병상 동원 행정명령과 별개로 '감염 관리 센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 센터가 2월 중순 오픈하면 음압격리병실 28개를 확보할 수 있다. 또 기존 53개인 코로나19 전담 병상도 총 82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삼성서울병원도 현재 일반 병동을 음압병실로 개보수하고 있으며, 27일부터 17개 병상이 추가돼 총 47개 병상을 운영할 예정이다.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외 다른 내과 의료진도 기존 업무량을 줄이고 코로나 중증 업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코로나 병동 간호사 유출 문제 심각...처우 개선해야

서울성모병원은 이달 6일부터 병동 1개를 폐쇄하고 준중증 병상 21개를 늘려 총 41개 전담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코로나 전담 병상으로 전환할 병동이 확정되는 대로 공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병상 확충과 동시에 확보된 병상이 100% 가동될 수 있도록 의료진을 확충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교수는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 병동 간호사의 유출"이라며 "이들이 없으면 애써 확보한 병상에 환자를 못 받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전담 의료진의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11월 치명률 1.12%…2월 이후 처음 1% 돌파

한편 이날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주 연속 전국, 수도권, 비수도권 모두 주간 위험도 평가가 '매우 높음'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12월 셋째주 수도권 중환자실 병상가동률은 전주에 비해 1.6%포인트 증가한 86.5%에 달했다. 의료대응역량은 수도권이 141.9%로 급등하며 한계 상황을 한참 초과했고, 전주 77.7%였던 비수도권 역시 92.5%로 증가해 한계치에 다다랐다.

중증화율과 치명률 역시 최고조를 기록했던 올해 초와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11월 중증화율은 2.78%, 치명률은 1.12%를 기록했다. 치명률은 지난 2월 1.27%를 기록한 뒤 9개월 만에 다시 1%를 넘어섰다.

김경준 기자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