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와 아가씨' 끌고 '옷소매' 민다…주말극 춘추전국시대

입력
2021.12.21 08:00

주말극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신사와 아가씨'의 독과점이 이어지는 가운데 '불가살' '설강화' '태종이방원'이 맞붙었다. 시청자 이탈을 막고 유입을 이끌어낼 각자의 무기도 다양하다. 단순히 삼파전으로 볼 수 있겠지만 시청률 파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다.

먼저 KBS2 '신사와 아가씨'는 견고한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8일, 19일 방송분은 각각 31.6%, 34.5%를 기록했다. 전작 '오케이 광자매'와 비교했을 때도 빠르게 승기를 잡은 편이다. 연이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중 '신사와 아가씨'만 유일하게 시청률 30%를 넘겼다. 앞서 지현우와 이세희의 14살 차이 설정, 주인공의 기억상실증, 출생의 비밀 등 과도한 전개가 눈총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의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담으면서 비판을 잠재웠고 적수 없는 'KBS 주말드라마' 파워를 입증했다.

KBS1 '태종 이방원'도 상승세다. 지난 18일 시청률 8.8%를 기록했던 '태종 이방원'은 이튿날 9.2%대로 올랐다. 정통 사극 장르에 목말라 있던 시청자들이 모였다는 방증이다. 주상욱 김영철 박진희 예지원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이 시청률을 견인했다.

사실 올해 KBS 드라마 성적표는 꽤 암울하다. 앞서 '멀리서 보면 푸른 봄' 2%, '이미테이션' 0.6%, 신작 '학교2021' 1% 등 청춘물의 참패가 이어진 바 있다. KBS 입장에서는 '신사와 아가씨' '태종 이방원'의 동시 순항이 더욱 반가울 터다.

논란의 화제작 JTBC '설강화'도 베일을 벗었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설강화'는 2.98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작 '구경이' 마지막 회 시청률 2.3%보다 높은 수치다. 이후 2회에서 3.898%로 상승했다. 4% 진입을 목전에 뒀으나 여론은 심상치 않다. 역사 왜곡 논란이 불매 운동으로 번지면서 협찬사들의 '손절'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SBS '조선구마사'가 방송 이후 대중의 비판에 부딪혀 2회 만에 조기 종영한 것과 같은 행보다. 이에 '설강화'가 불난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설강화'와 같은 날 첫 방송된 tvN '불가살'은 주말 내내 6.346%, 5.826% 시청률을 보였다. 한국적 정서와 크리처 물이라는 조합을 내세웠고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았다. 다만 난해한 판타지 세계관에 시청률이 다소 하락했고 이를 반등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금토드라마도 화제성 견인 중 '옷소매' VS '배드 앤 크레이지'

특히 토요일에는 장르물의 피 튀기는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4주 내내 드라마 화제성을 석권한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이제 막 분기점을 돌면서 전개에 박차를 가했다. tvN 금토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는 3.686%의 수치로 순항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주말극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들의 치열한 경쟁은 안방극장 시청률 파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남긴다. 그간 OTT의 물량공세 속에서 시청률은 점점 의미를 잃어갔다. 다채로운 드라마들이 각기 힘을 쓰며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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