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기틀 마련한 법학자 김주수 교수 별세

입력
2021.12.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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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한 김주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19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고인은 1928년 평안남도 성천에서 태어나 1946년 경성사범학교와 1953년 서울대 법과대학 법학과를 졸업했다. 1956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경희대 법대 교수로 부임했으며, 1970년 경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족법의 대가'로 불리는 고인은 경희대 강단에 선 직후부터 가부장적 가족법 개정에 앞장섰다. 1957년 논문 ‘현행 가족제도의 존속가치: 민법 초안의 호주제도를 비판한다’를 발표했고, 1962년에는 호적제도연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해 ‘민법상의 호주제도가 폐지돼야 할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썼다. 1963년 가족법학회 창립을 주도하고 기존 민법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은 '친족상속법' 교과서를 펴냈다.

경희대에서 20년 가까이 재직한 고인은 1974년부터 6년간 성균관대 법과대학 초빙 교수로 일했다. 당시 이태영 박사 등과 함께 남녀평등 및 가정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했다. 특히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다 유림의 반발로 1981년 쫓겨나다시피 연세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연세대에서 정년퇴임 후 명예교수로 지냈으며, 1994년 다시 경희대로 돌아와 객원교수로 일했다.

김 교수는 성평등한 법철학을 견지해왔으며 동성동본 불혼 폐지 및 호주제 폐지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끌어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3년 김영삼 정부의 공약에 따라 가족법 개정을 위한 법무부 산하 ‘민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가 설치됐을 땐 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결국 2005년 3월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고인의 노력은 결실을 보였다.

고인은 '민법총칙' '신혼인법 연구' '가족관계학' 등 다수의 저서를 발간했으며 1993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빈소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21일 오전 6시, 장지는 경기 가평군 가족묘지.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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