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요미' 고깔 vs '오리궁뎅이'... 몸 쓰는 후보들

입력
2021.12.19 10:00
대선 D-80... 대중 앞에서 몸 사리지 않는 여야 후보들
이재명, 큰절하다 엉덩방아 '몸개그'
윤석열, 손가락 'v'자로 쩍벌남 흔적 지우기



대중을 향한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의 몸짓이 점점 더 과감해지고 있다. 손가락 'V' 포즈부터 엉덩방아 '몸개그'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두 후보의 지지 호소 퍼포먼스가 엎치락 뒤치락하는 여론조사 결과만큼 치열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2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D-100일 전국민 선대위' 행사에서 ’오리궁뎅이' 포즈를 선보였다. 셀카봉을 손에 들고 직접 기념촬영을 하면서 더 많은 참석자를 한 앵글에 담기 위해 카메라 높이를 낮추다 보니, 엉거주춤한 자세가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이 후보는 무대 위에서 이 같은 자세로 전방과 후방 두 차례 '셀카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대통령 후보의 ’치명적인' 포즈에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당내 경선 때만 해도 대중 앞에서 다소 어색해 하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또한 권위를 벗어난 다양한 몸짓을 통해 지지자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4일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해소 직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를 찾은 윤 후보는 빨간색 후두티를 입고 머리에는 고깔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어린 아이들과 기념촬영을 하면서는 허리를 굽혀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고, 함께 손가락 V자를 그리는 '귀여운' 포즈를 취했다. 몰려드는 지지자들과도 일일이 주먹인사를 나누고, 인증샷 촬영에도 흔쾌히 응했다.


선대위 출범식이나 인재영입 발표회 등 당 공식 행사에서도 두 후보의 몸짓은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가인재 1차 MZ세대 전문가 영입 발표에서 20대 영입인재들과 함께 '슈퍼맨' 포즈로 기념촬영에 응했다. 이 후보는 당시 함께 포즈를 취한 MZ 세대 젊은이들보다 한층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윤 후보는 지난 6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당시 무대 위에서 청년들과 함께 음악에 맞춰 빨간색 목도리를 머리 위로 흔들며 대선 승리 기원 퍼포먼스를 했다. 검사 출신, '쩍벌' 자세 등 경직된 이미지를 일부나마 타파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후보들의 단골 방문지는 전통시장. 두 후보의 지방 순회 일정에는 거의 매일 그 지역의 전통시장 방문이 포함돼 있다. 구름인파를 몰고 시장 이곳저곳을 훑는 후보들은 각종 식료품이나 먹거리, 특산물을 직접 구입하는 장면을 연출하곤 하는데, 간혹 좌판을 벌인 노인과 흥정을 벌이거나 손을 잡는 모습도 포착된다. 이는 대통령 후보자로서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이미지를 앞세워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퍼포먼스에 가깝다.

이 후보는 지난달 20일 충남 논산의 화지중앙시장을 찾아 한 노인에게서 토란을 구입한 뒤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윤 후보 역시 충북 청주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이 건네는 상추쌈을 한 입에 받아 먹는 등 소탈한 모습을 대중에 어필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강행군이 이어지다 보면,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지난 10일 경주 ’표암재‘를 방문한 이 후보는 전통 복식을 차려 입고 조상들에게 대선출마를 고하며 큰절을 올렸다. 그 직후 일어서던 이 후보는 제례복의 옷자락에 발이 걸리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경건한 행사장에서 수 많은 종친 회원들이 지켜보는 경건한 행사장에서 뜻밖의 '몸개그'를 보여주고 말았다. 해석은 각자 다르겠지만 참석자들의 뇌리에 오래 남을 장면인 것만은 분명하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찾아 시민과의 셀카타임을 진행했는데, 너무 많은 희망자가 몰리면서 의도치 않게 시민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당시 포토타임은 30여 분 진행되다 후보의 다음 일정 때문에 중단됐고, 윤 후보와 함께 인증샷을 찍지 못한 지지자들은 허무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선이 가까워올수록 여야 후보들이 몸짓과 손짓, 표정으로 벌이는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대선까지 이제 80여 일 남았다.










오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