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64)를 주호주 대사로 지명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 동맹국에 미국을 대표하는 대사로 정치 명문가 케네디가(家) 여성이자 케네디 전 대통령 직계 혈육을 기용한 셈이다.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메달리스트인 미셸 콴(41) 역시 중미 국가 벨리즈 대사에 깜짝 발탁되면서 미국 외교가에 여풍(女風)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 주일 대사(2013~2017년)를 지낸 캐럴라인 케네디를 호주 주재 미국 대사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캐럴라인은 케네디 전 대통령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다. 남동생 존 F 케네디 주니어는 1999년 경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자 지지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일찌감치 지지를 표명했고,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확정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사로도 등장했다.
케네디의 호주 대사 지명 의미는 남다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중(對中) 견제를 강화하며 인도·태평양 지역 중요성에 무게를 실어 왔다. 특히 호주는 반중(反中) 전선의 최전선에 서 있다. 미국은 우방으로서 호주의 역할에 강한 신뢰를 표하며 정보 동맹 ‘파이브 아이즈’와 ‘쿼드’에 이어 영국과 별도의 3자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를 창설하기까지 했다. 미국 입장에선 주호주 대사 자리가 그만큼 중요하고 비중 있는 직책이란 얘기다. 케네디 발탁은 이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 순위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케네디는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일본 대사를 지내 지역 현안에도 밝다. 백악관은 이날 그의 내정 소식을 전하며 “주일 대사 재직 시절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일본 내 여성 권익을 증진시켰다”고 소개했다. 케네디 역시 “호주 정부와 협력해 동맹을 강화하고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케네디 가문 인사 발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에는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부인이자 케네디 전 대통령의 제수인 빅토리아 케네디(67)를 오스트리아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 출신인 케네디 전 대통령에게 각별한 동질감을 느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피겨 스케이팅 선수 출신의 미셸 콴을 중미 벨리즈 대사로 발탁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 캠페인을 도운 콴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미 국무부 공공외교대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