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건설한 아파트 단지 34곳의 분양원가가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택지조성원가를 포함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지자체는 서울시가 최초다.
서울시와 SH는 15일 "고덕강일4단지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를 시작으로 사업정산이 마무리된 최근 10년치 건설 단지 34곳에 대한 분양원가를 내년까지 모두 공개한다"고 밝혔다. 분양원가는 서울시와 SH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거 공약이자 지난달 SH가 발표한 5대 혁신 방안 중 하나다. 김헌동 SH 사장은 지난달 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10년간 아파트 분양원가 등 시민이 요구하는 자료를 인터넷 등 열린 공간에 상시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되는 분양원가에는 택지조성원가가 처음으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택지조성원가는 용지비와 조성비, 기반시설 설치비, 이주대책비 등이 포함된다. 아파트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그간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SH는 지난해 구로구 항동 공공주택지구 4단지에 대한 건설원가를 공개했으나, 당시에도 택지조성원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처음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한 아파트는 가장 최근인 지난 9월 준공 정산이 완료된 고덕강일4단지다. 총 분양원가는 약 1,765억 원으로, 택지조성원가가 ㎡당 약 272만 원, 건설원가는 ㎡당 약 209만 원이다. 분양수익 약 981억 원은 단지 내 임대주택 건설비(260억 원), 2019년 발생한 SH 임대주택 수선유지비(475억 원)와 다가구 임대주택 매입(245억 원) 등에 사용됐다.
서울시와 SH는 앞으로 분양원가 외에 분양수익에 대한 사용계획과 설계‧도급 내역서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SH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분양가 거품을 제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헌동 SH 사장은 "(이번 분양원가 공개가) 풍선처럼 부풀려진 주택분양가의 거품 제거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