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통제 위험 수위에 이르면서 정부가 17일 ‘긴급’에 준하는 방역강화 조치를 단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잠시 중단하고, ‘사적모임 4, 5명 제한’을 골자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이 유력하다.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 당국은 코로나19 확진 환자 급증으로 의료대응 여력이 급감하자 방역조치를 강화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당초 6일 사적모임 제한 강화(수도권 6명ㆍ비수도권 8명) 및 방역패스(백신접종ㆍ음성확인서) 적용 확대 등 특별방역체계를 시행한 지 일주일밖에 안 돼 추가 방역 강화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가 각각 94명, 906명으로 모두 최대치를 갈아치우면서 기조를 바꾸기로 했다. 신규 확진자도 화요일 기준 5,000명을 첫 돌파(5,567명)하는 등 확산세는 좀처럼 누그러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현 추세라면 새해를 맞기 전에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가 각각 100명, 1,000명을 넘기고, 의료대응 체계도 한계에 부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감염 확산세와 강한 방역강화 여론을 고려할 때 기조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위드 코로나를 지향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한 걸음 정도는 물러설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강화된 방역 조치는 17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공개된다. 다중이용시설에 적용되는 사적모임 규모를 4, 5명으로 보다 축소하고, 식당ㆍ카페의 영업 시한을 설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20일부터 적용될 방침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정부 예상을 웃돌 경우 주말로 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보건당국도 방역 강화 분위기를 흘리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4일 CBS라디오에서 “수요일과 목요일 상황을 지켜보자”면서도 “엄중한 시기에 정부의 대책이나 조치가 우물쭈물하거나 미진할 일은 없다”고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역시 “의료대응 역량을 확충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추가 조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이날 정부에 즉각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요구하는 등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