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 전 세계 무역의 15%를 차지하는 CPTPP 가입으로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농수산물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교역·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적·전략적 가치, 우리의 개방형 통상국가로서의 위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CPTPP 가입을 본격 추진하고자 한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과의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관련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CPTPP는 미국이 주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2017년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과 호주, 멕시코 등 나머지 11개 국가가 2018년 12월 30일 출범시킨 협의체다.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무역의 15%를 차지하는데다, 개방 수준도 다른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높다.
홍 부총리는 “중국, 대만의 CPTPP 가입신청 등 아·태지역 내 경제 질서 변화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며 “더 이상 CPTPP 가입에 관한 정부부처 간 논의에만 머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CPTPP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은 전체 수출입의 23.2%, 24.8%를 차지한다.
CPTPP 가입으로 높은 중국 수출 의존도 문제는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CPTPP가 우리나라 무역의 숨통을 틔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바이든 시대 국제통상환경과 한국의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통상지형을 확대하는 측면에서 CPTPP 가입은 매우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농산물 분야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CPTPP가 회원국에 최고 96%의 관세 철폐를 요구하는 등 국내 시장을 대폭 개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CPTPP 기존 회원국 상당수는 농업이 발달한 나라로, 우리나라가 가입한다면 농산물 시장 개방과 국내 농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민단체 등이 CPTPP 가입에 반대하는 이유다.
수출국 다변화와 함께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을 담당하는 ‘국가 공급망 관리 컨트롤타워’도 출범시킬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 설치를 추진할 것”이라며 “연내 주력산업 활용도가 큰 20대 우선관리품목 수급안정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