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안철수 "통신자유 침해" 앞세워 'n번방 방지법'에 반대

입력
2021.12.11 10:00
방통위 "불법촬영물 DB로 확인... 검열 아니다"
'온라인커뮤니티' 활동 2030男 의식했단 분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0일 '국민 감시'와 '통신 자유 침해'를 이유로 n번방 방지법 개정 또는 폐지에 나설 뜻을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젠더 이슈에 민감한 2030세대 남성들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이른바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날부터 주요 포털과 인터넷 커뮤니티에 불법 촬영물 필터링 기능이 적용됐다. 인터넷 사업자에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을 방지하라는 의무를 부과한 것인데, 필터링 기술이 완벽하지 않고 n번방의 유통 경로였던 텔레그램에는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와 안 후보는 그러나 헌법 18조에 규정된 '통신의 자유'에 초점을 맞췄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소위 'n번방 방지법'이라고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기준의 모호함에 더해 헌법 18조가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를 심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재개정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도 이번 개정안을 '메신저, 커뮤니티 검열 제도' '국민감시법'이라고 규정하고 "즉시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되는 반대 여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자주 이용하는 2030세대 남성의 표심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안 후보는 최근 이들 커뮤니티를 방문해 2030세대 남성 표심에 적극 구애하고 있다. 실제 안 후보는 입장문에서 "오늘 에펨코리아 운영진께서 작성하신 글을 읽었다"고 밝혔다.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거들고 나섰다. 디지털 성범죄 방지에 앞장서 왔지만, 전면 필터링에는 재검토 여지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 위원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필터링은 토론의 여지가 분명 있다"며 "전문가 심의를 거쳐 필터링 의무화 여부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가운데 일부 커뮤니티에서 제기되는 과도한 우려를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올린 영상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 촬영물로 결정한 영상 데이터베이스의 디지털 코드와 일치하는지만 확인하는 것"이라며 "감시, 검열이란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