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2시 35분. 서울 강동보건소는 119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환자를 병원으로 긴급 이송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침 증세를 보이고 있어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관내 모든 차량과 대원이 다른 확진자 이송에 투입된 상황. 119는 다른 자치구의 한 안전센터에서 구급차 한 대를 찾아내 출동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울산으로 이송하라는 안내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구급차는 환자를 차에 태우고 울산대병원으로 내달려 오후 8시에 도착했다. 울산은 서울에서 370㎞가량 떨어진 곳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나오면서 환자 병원 이송 업무를 담당하는 119구급대에 부담이 크게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10일 확보한 전국의 약 2,000개의 병상도 비수도권에 소재한 터라, 구급대의 환자 이송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이날 “병상이 없어 서울에선 경북 또는 충북까지 수백㎞를 달려가는 '장거리 출동'은 이제 예삿일이 됐다”며 “현장에 출동해서도 중수본의 병상 배정을 기다리며 차에서 환자를 보살피는 대기 시간도 길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환자 1명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소요된 평균 시간은 69분이었지만, 올해 90분으로 30%가량 늘었다.
확진자 이송에 장비와 인원이 대거 투입됨에 따라 코로나19 외 구급 상황에 대한 대응력 약화도 우려된다. 의료 체계 붕괴 우려가 소방 부문까지 확산, 소방구조체계 붕괴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 관악구의 한 요양원에서 발생한 확진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린 적도 있다. 이 역시 입원 가능한 병상을 찾을 수 없어서 대기 시간이 늘어난 경우다. 해당 확진자는 80대 중증 노인으로,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 인근 119안전센터 두 곳에서 출동, 교대로 살핀 덕에 환자는 무사히 인천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무려 23시간 34분이 흐른 뒤였다.
진광미 시 소방재난안전본부 구급관리팀장은 "출동 요청이 늘어나는 데다 병상 부족으로 현장 활동 시간도 길어지고 있어 업무에 부담이 크다"며 "특히 병상이 선정되기까지 중환자 1명을 보살피는 데 구급대 4, 5개가 투입되는 등 소방력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 이송으로 구급 업무에 걸리는 과부하를 방치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구급 소방서비스가 필요한 곳이 많은데, 코로나19 대응으로 소방력 저하가 누적되고 있다"며 "구급차가 다른 위급 상황에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도록 확진자 임시 보호시설 마련 등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