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 1층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66·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전날 사직서를 비서실직원에게 맡기고 퇴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이날 "유 사장이 전날 퇴근길에 비서실 직원에게 사직서를 맡기고 간 사실을 오늘 아침 확인했다"며 "자신을 임명한 포천시에 대신 사직의사를 전달해달라는 말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사직서 제출은 매일 보다시피 하는 간부들조차 전혀 알지 못했다. 유 전 본부장의 포천도시공사 사장 임기는 내달 7일 종료 예정이었다.
공사 직원들은 전날까지 유 전 본부장을 대하면서 별다른 징후를 느끼지 못했다. 정상 출근해 업무를 봤으며 웬만한 결재도 했다. 한 관계자는 "어제까지만 해도 직원들은 사장을 대하면서 평소와 다른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다만, 오후엔 결재한 서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날 퇴근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후 6시쯤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직원들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자신이 뒷돈을 챙겼다는 이야기에 억울함으로 내비쳤다. 한 관계자는 "'나는 아니다, 나는 아니다'라는 말을 최근 수차례 했다"며 "검찰이 적시한 뇌물 혐의와 관련해 그동안 명예가 훼손돼 너무 억울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사 관계자는 "전날까지 출근해 당당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복귀할 것으로 판단했는데, 갑작스러운 비보에 놀랐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9년1월 포천도시공사 전신인 포천시설공단 이사장으로 채용된 뒤 그해 6월 출범한 포천도시공사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8월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으로 2억 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한강유역환경청은 대장동 사업 환경 영향 평가를 진행하면서 일부 지역을 보전 가치가 높은 1등급 권역으로 지정했다가 이후 해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9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의혹을 계속 부인해온 그는 오는 14일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로 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