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도 하노이시가 오토바이의 도심 내 운행 금지를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차보다 9배나 많은 오토바이의 이용을 줄여 교통정체와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시민들은 비싼 자동차 구매 가격과 열악한 대중교통망 등을 이유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9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하노이 인민위원회는 지난 6일 '2021~2025년 오토바이 운행 금지 시행안'을 하노이 시의회에 제출했다. 시행안은 "2030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오토바이 운행 제한령을 5년 앞당길 필요가 있다"며 "시는 (제한령이 본격 발동될) 2025년 전까지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할 지역을 먼저 설정하고, 각 지역 행정당국은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가장 먼저 오토바이 운행 제한령이 적용될 지역은 3번 순환도로, 5번 국도 인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심을 관통하는 이들 도로는 오토바이와 차량이 뒤엉키면서 가장 극심한 교통정체가 발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노이시는 금명간 이들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오토바이 운행 제한령을 실시, 문제점을 파악한 뒤 2030년 이후 4번 순환도로 등 나머지 주요 도로에도 제한령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하노이시의 결단을 들은 시민들은 헛웃음을 짓고 있다. 하노이 전체 개인 운송수단 620만 대 중 560만 대가 오토바이인 상황에서, 무작정 운행부터 금지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노이 시민 A씨는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금 감면이나 차량구매 지원 등 대책도 없이 그저 오토바이를 타지 말라고 하면, 우린 걸어다녀야 하냐"고 비판했다. B씨는 한술 더 떠 "차가 돼지고기 값보다 싸면 하노이의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대중 운송수단이 오토바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시 당국의 주장도 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는 "140여 개 노선에서 운행 중인 버스가 시민들의 이동 수요의 30%를, 지난달 개통한 하노이 지하철 1호선이 45%를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원생 C씨는 "하노이에서 승객으로 가득 찬 버스를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냐"며 "고작 12개 역에, 한 번 운행에 900명 정도 이동시킬 수 있는 지하철도 인구 900만 명의 대도시를 감당하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