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에 많은 비용과 연구개발 노력을 들였지만 아직도 손해예요. 설비투자(CAPEX) 지출액이 어마어마한데, 때때로 그 숫자(지출액)를 보면 정말 두렵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일(현지시간) 보도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지역 배터리 사업과 관련, “20년 동안 이 사업을 해왔고, 크게 보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 회장의 남모를 고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은 앞서 올 9월 포드와 미국 내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 총 114억 달러(약 13조4,800억 원)를 투자해 켄터키ㆍ테네시주에 각각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매년 전기차 21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최 회장은 범용이 아닌 배터리 사업의 애로도 설명했다. 그는 “배터리는 어떤 유형의 모터에 전원을 공급할지 특정돼야 한다”며 “그래서 (완성차 업체와의) 계약이 없다면 만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와 합작 법인을 설립한 이유다.
포드와의 합작 전망은 긍정적으로 그렸다. 그는 “오랜 세월 함께한 두 회사가 어느 정도 신뢰를 쌓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시장이 우리 투자에 대한 보상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시장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이제 모든 사람이 전기차를 갖고 싶어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건립 계획을 묻는 말에 최 회장은 “아직 계획이 없다”면서도 “이른바 ‘전제 조건’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대규모 반도체공장 건립 계획을 확정하면서 경쟁사인 SK의 투자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그는 “반도체 제조시설을 짓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도전”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공개된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녀 승계 문제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아들은 아직 어리고 본인의 삶을 살 것이며, 제가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제 자녀도 노력해서 기회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자녀의 경영 참여에 이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인지’라는 질문에는 “맞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