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결국 코로나19 확산세 앞에서 시행 한 달 만에 뒷걸음질치게 됐다. 정부는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줄이고,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시설과 연령을 확대하는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반응은 차갑다. 이미 풀어진 경각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미접종자 중심으로 "사회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반발마저 거세질 조짐이다.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특별방역대책 추가 후속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6일부터 4주간 사적모임 허용 인원이 수도권은 기존 10명에서 6명, 비수도권은 12명에서 8명으로 줄어든다. 또 식당·카페를 비롯해 학원, PC방, 영화관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한다. 식당·카페는 필수 이용시설 성격을 감안해 백신 미접종자 중 PCR 검사 음성확인서가 없는 경우라도 1명은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로써 노래방, 실내체육시설 등 5종이었던 방역패스 의무 적용 시설은 16종으로 늘어났다. 결혼·장례식장, 백화점·마트, 숙박시설, 실외 스포츠경기장 등 14종에 대해서는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
아울러 급증하고 있는 청소년 확진자 대응 방안으로, 방역패스 적용 연령을 기존 만 19세 이상에서 만 12세 이상으로 확대한다. 다만 청소년에게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유예기간을 부여해 방역패스 적용은 내년 2월 1일부터 시행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유행 확산세를 꺾기엔 너무 늦었고,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영업시간 제한도 유흥시설 집합금지도 없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이라면, 2주 전 수도권 비상계획 필요성 목소리가 나왔을 때 진작 결정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사람들이 모임 약속을 취소하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적어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를 내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만으론 급증하는 연말 모임을 억제하기 어려울 거란 예상이다.
방역패스 확대 무용론도 제기됐다. 이미 성인의 91.6%가 2차 접종까지 마친 상황이라 새롭게 방역패스를 적용받는 대상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2.5단계를 적용했던 지난해 말보다 환자는 훨씬 많은데, 조치는 턱없이 약하다"며 "오미크론 변이 확산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지금처럼 느슨한 조치로는 연말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역패스 확대로 식당·카페 출입마저 제한되는 미접종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신을 준비 중인 이모(38)씨는 "백신을 안 맞은 사람들은 다들 사정이 있을 텐데, 왜 죄인 취급하느냐"며 "코로나19 확산을 미접종자 탓으로 돌리는 이번 대책은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미접종 직장인 김모(47)씨는 "정부가 미접종자 '차별'을 '보호'라고 포장하고 있다"며 "차라리 거리두기를 강화해 모두 똑같이 제한을 두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내년 2월부터 만 12~18세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학령기 아이들의 접종을 의무화한 것과 다름없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한 학부모는 "학원을 다니기 위해 백신을 맞아야 할 판"이라며 "최소한의 청소년 안전 대책이 같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0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923명으로, 거센 확산세가 이어졌다.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3명 늘어 736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중환자 병상은 79.2%가 찼고, 수도권에선 902명이 병상 배정을 하루 이상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