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란 무엇일까? 맛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힘들지만 '맛있는 음식'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내 몸에 필요한 영양을 제공하는 능력'일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먹어야 살 수 있고, 맛은 원래 배가 불러서 먹어도 맛이 있을 정도의 음식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독과 위험이 넘치는 자연물 중에서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어서는 안 될 것을 구분하는 기능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먹을 것을 찾아 온갖 산과 들을 뒤져야 했고, 야생에서 뭔가 먹을 만해 보이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살짝 먹어볼지 말지, 한입 먹고는 계속 먹을지 말지, 먹고 난 뒤에는 나중에 같은 것을 발견하면 또 먹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했고, 그것을 결정하는 유일한 방법이 맛이었던 것이었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나 영양분을 제공하는 것을 맛있다고 느끼고, 몸에 해로운 성분이 있거나 상한 음식을 맛없다고 느끼면서 살아남은 것이다.
지금은 모든 음식이 충분히 안전한 것이라 먹으면서 탈 날 걱정을 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식재료가 부족하고, 상태도 열악한 것이 많아 굶어죽을지, 먹다 배 아파서 죽을지를 결정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음식도 많았다. 음식을 입에 넣고, 지난번에 심한 배탈이 났던 음식 맛이 날 때와 그것을 먹고 힘이 났던 음식 맛이 날 때의 감동의 차이가 어떠했을지는 주기적으로 심한 굶주림을 경험해 보기 전에는 알기 힘든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생존을 책임지던 미각과 후각이 이제는 생존의 목적을 넘어서 즐거움의 수단으로 발전하였다. 그래서 세상에는 맛집과 맛 이야기가 넘치지만 맛의 본질은 여전히 영양이다. 먹은 후 소화 잘되고, 칼로리가 풍부하거나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이 많은 음식이 결국에는 살아남는다.
다이어트 식품처럼 칼로리와 영양은 없는 식재료를 아무리 갖은 양념과 향신료로 치장을 해봐야 결국 맛없는 음식으로 외면당한다. 어떤 식재료가 영양분은 충분한데, 단지 아주 작은 양의 향이나 맛 성분만 부족하여 맛이 없을 때, 적당한 양념이나 향신료를 추가하면 맛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