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이전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동시에 전파력이 높으면 치명률이 낮아 걸리더라도 안심할 수 있다는 안전 불감증도 퍼지고 있다.
그러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산하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소속 위원인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잘못된 과학 상식"이라고 경고했다. 전파력과 치명률이 반비례 관계란 점을 섣불리 믿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바이러스는 살아남기 위해 전파력만 생각할 뿐, 치명률까지 고려해 진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2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바이러스는 자신을 많이 퍼뜨리는 게 유일한 목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전파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치명률은 높아질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다"며 "코로나19는 확진자를 최대한 빠르게 찾아내 격리하는 게 방역 전략이기에, (바이러스 입장에서) 감염 초기에 조금 더 빨리 증식해 최대한 많은 전파를 일어나게 만들면 많이 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진행자가 '치명률이 높으면 숙주가 빨리 죽어 전파를 못 시키니 (치명률과 전파력이) 반비례한다는 게 우리의 상식 아니었냐'고 되묻자 "그게 호흡기 바이러스의 독특한 점인데, 대부분 감염 초기에 전파가 일어난다"며 "감염된 뒤 숙주가 중증화되는 여부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너무 초기라 전파 속도가 빠르거나 백신의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중증화 여부에 대해선 한두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오미크론의 전파력에 대해 "델타 변이를 밀어냈다"고 표현했다. 기존 변이 바이러스 중 전파력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델타 변이보다 세다는 의미다. 그는 "변이의 폭 자체가 너무 크고 초기 상황에서 델타 변이를 빨리 밀어내는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남아프리카에서 유행하는 델타 변이를 대체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보면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조금 더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기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간인 '관심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우려'로 갔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고자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빠르게 시행한 건 델타 변이를 통해 얻은 교훈이라고 했다. 그는 "전 세계가 처음에 알파나 베타에 더 중점을 두고 방역을 진행했는데, 상대적으로 델타에 대해선 무관심한 면이 있었다"며 "초기 대응이 향후 시간을 벌어줄 수 있고, 정보를 알아내는 기간 대응 전략을 세우면 상당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했다. 오미크론보다 현재 국내 감염 상황이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해결책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을 잠시 쉬어 가자고 제시했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하는 건 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관련 기사 ☞ 오미크론 속에서도 이재갑이 "역시 백신이 답"이라고 한 까닭은)
그는 "방역과 의료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좀 쉬어 가야 할 시점"이라며 "일상회복 시작 이후 3주 차부터 매주 확진자가 10~15%씩 늘어난다.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에 속도가 붙으면 그때부터 정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 (하루 신규 확진자가) 4,000~5,000명 육박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중환자 병상 예비율이 더 떨어진다"고 예측했다.
정 교수는 일상회복 시행 이후 유행을 차단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확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주와 지지난주 유행 규모를 줄이려는 전략은 시행된 게 없어 확산 추세가 그대로 간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의료 대응 역량이 모자랄 가능성이 있어 지금 정도는 쉬었다 가는 걸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쉬어 가기 단계에서 의료 대응 역량을 확충하고 유행 속도를 줄이는 정책을 병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500병상 더 늘려도 3, 4주면 다 차기 마련"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일상회복 2, 3단계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절충점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