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와 제휴해 금융산업에 진출한 빅테크와 핀테크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기존 금융사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금융사가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입수한 '빅테크 금융업 진출에 대한 세부 감독 방안 연구서'에는 빅테크의 진출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 위험을 금융사 이사회에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빅테크 감독 방안이 언급된 보고서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해당 보고서는 금감원 발주로 서울대 금융법센터가 연구용역을 맡은 것으로, 올해 9월 제출됐다.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빅테크·핀테크가 야기할 수 있는 제3자 리스크를 금융사 지배구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제휴 관계에 있는 플랫폼에서 사고가 터질 경우 금융사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이 당장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사회가 리스크 관리의 최종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업무 개별 건이 아닌, 금융사가 관련 리스크 전체를 적절하게 관리하는지 여부를 감독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네이버나 토스,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을 통해 보험상품이나 대출상품을 판매할 경우, 과대광고나 서비스 장애 등 플랫폼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리스크를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 만약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의무 위반 시에는 행정제재까지 부과될 수 있다.
금융업과 비금융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빅테크가 진출한 산업 종류가 다양한 만큼, 여러 감독기관과의 업무 협조 및 제휴도 중요해졌다. 보고서는 금융당국이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과도 정보를 공유하고 종합적인 감독 방안을 수립해 나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당국에서도 그동안 빅테크 감독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해온 만큼, 해당 보고서를 기반으로 조만간 감독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빅테크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중개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감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