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찬, 스토킹 신고에 앙심 품고 살해... 주거침입도 수차례

입력
2021.11.2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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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살인·협박 등 8개 혐의 송치
5개월 이상 끈질기게 스토킹
피해자 차키 훔쳐 차량서 자기도
경찰, 계획 살인 및 보복성 인정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병찬(35)이 과거 여자친구가 자신을 스토킹했다고 신고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29일 김씨에게 살인 혐의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 살인 혐의로 죄명을 바꿔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김씨에게 특가법상 보복범죄(살인 및 협박),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 법률 위반, 상해, 주거침입, 특수협박, 협박, 특수감금 등 8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특가법상 보복범죄 살인 혐의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형법상 살인 혐의(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보다 형량이 무겁다.

접근금지 당하자 앙심... 보복 살인 혐의로 변경

경찰은 김병찬이 여자친구였던 A씨가 스토킹 신고한 것에 대해 보복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A씨를 살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A씨가 경찰에 신고한 지난 7일에 김씨에게는 100m 이내 접근금지, 통신금지, 서면경고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김씨는 이후 휴대폰으로 범행 도구나 방법을 수차례 검색했다. 그는 범행 전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모자와 흉기를 구입하고 숙박업소에서 머물렀다.

김씨는 그러나 경찰에서 "처음부터 살해할 계획을 갖고 사건 당일(19일) A씨 집을 찾은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그간 신고가 있었던 부분이나 잘못했던 것을 풀고 싶어서 A씨를 찾아갔지만, 욱해서 살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A씨가 신변보호를 위해 착용하고 있던 스마트워치에서 나온 경찰관 목소리를 듣고 당황해 범행했다고도 진술했지만, 경찰은 범행 동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거침입, 특수폭행, 특수 감금... 끈질겼던 스토킹

경찰 조사 결과 김병찬은 지난해 12월부터 A씨 집에 10여차례 무단 침입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올해 6월부터 5개월간 A씨 몸에 상해를 입히거나, 흉기를 들고 A씨를 위협해 감금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가 김씨를 스토킹 혐의로 신고하고 경찰로부터 신변 보호를 받기 시작한 지난 7일에 경찰은 김씨에게 임의동행을 요청했으나 그가 거부하면서 조사하지 못했다. 김씨는 경찰에게 붙잡힐 뻔한 상황을 모면하자 피해자 집으로 몰래 들어가 차키를 꺼내온 뒤, 피해자 집에 주차된 A씨 차량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 TV 분석을 통해 김씨가 차량 안에 있던 것을 확인해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가 부산에 머물던 지난해 12월에도 김씨의 주거침입을 확인했다. 당시 A씨는 김씨가 몰래 집에 들어와 옷과 가방을 가져갔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가 헤어진 김씨에게 짐을 가져가라고 했던 적이 있다며 오인 신고라고 설명하면서 내사 종결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신고에 대해서도) 김씨의 주거침입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면서 "A씨가 당시 신고를 취소했던 것이 (내사 종결에)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상공개 동의 안한 김병찬... 마스크 안 벗어

김씨는 이날 오전 검찰 송치를 앞두고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잠시 취재진 앞에 섰지만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국가경찰위원회가 지난 8일 신상공개 지침을 개정하면서 신상공개 대상 피의자가 모자나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살인 동기가 무엇이냐' '계획 살인을 인정하냐' '피해자를 스토킹한 이유가 무엇이냐' '반성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씨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할 말이 있는지 묻자 "정말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2분 남짓 10여 차례 죄송하다고 언급하면서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오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