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압수수색 영장을 취소해 달라며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낸 준항고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압수수색의 위법성이 중대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26일 김 의원의 압수수색집행 준항고 신청에 대해 "전체적으로 봐 위법성이 중대하다"며 "공수처가 압수수색 영장에 의해 한 수색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준항고는 법관 등 사법기관이 행한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행위다.
김 의원 측은 9월 10일 공수처의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공수처가 김 의원과 변호사 입회 없이 일부 범죄사실만 언급한 채 영장을 집행하고 압수물 대상에 적시되지 않은 서류를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사무실 컴퓨터 내 자료 추출 과정에서 혐의와 관계없는 단어를 검색했다"며 법원에 준항고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우선 김 의원이 없는 상태에서 김 의원 사무실을 수색한 것은 김 의원의 참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봤다. 공수처는 "의원실 수색 전 주거지 수색 당시 공수처 검사가 '주거지 뿐 아니라 의원실도 포함되니 주거지 집행을 마치고 그곳으로 가야하지 않냐'는 말에 김 의원이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을 텐데'라고 말했다"며 참여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의원이 그런 말을 했더라도 참여권을 명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한 김 의원이 관리하는 컴퓨터라고 단정할 수 없는, 보좌관이 사용하는 컴퓨터를 수색한 것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찾기 위해 보좌관 컴퓨터에서 키워드 검색을 한 것은 피의자인 김 의원이 아닌 제3자가 사용하는 '압수할 물건이 아닌 물건'에 대한 수색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끝으로 재판부는 공수처가 보좌관 1명을 제외한 다른 보좌진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영장 제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증거수집 과정에 있어 영장주의 등 절차적 적법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필요를 보다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는 법원 결정에 "법원으로부터 결정문을 받아본 뒤 재항고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