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동시에 소환했다. 검찰이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인물들을 불러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화천대유 측의 로비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박 전 특검과 홍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들은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등장하는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을 받기로 약속한 로비 대상자 명단, 일명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6년 특검에 임명되기 전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한 점에 주목, 고문 선임 전후 화천대유 측과의 관계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박 전 특검 딸이 분양받은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 1채가 '대가성 있는 뇌물'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해당 미분양 아파트가 화천대유가 가지고 있던 아파트였기 때문에, 검찰은 박 전 특검을 상대로 딸의 미분양 아파트 배정 과정 전반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한 박 전 특검 인척이자 화천대유가 보유한 대장동 토지의 분양대행사 대표인 이모씨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로부터 109억 원을 전달받아, 이 중 100억 원을 토목업자 나모씨에게 전달한 경위도 들여다보고 있다. 왜 김씨가 이씨에게 거액의 돈을 줬는지, 나씨에게 넘어간 100억 원은 어디에 사용됐는지 등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부산저축은행 사태 부실 수사 의혹과도 연관성이 있는지도 따져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은 2009년 대장동 개발사업자 이강길씨에게 1,000억 원대 대출을 알선한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을 맡았다. 주임검사는 대검 중수2과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당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조씨와 그의 가족 등의 계좌를 전방위로 추적하고, 이씨로부터 "10억3,000만 원의 수수료를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조씨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이를 두고 윤 후보가 친분이 두터운 박 전 특검의 부탁을 받고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홍 회장도 불러 조사했다. 홍 회장은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을 지낸 김만배씨의 언론사 선배로, 2019년 무렵부터 김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차용증을 쓰고 수십억 원을 빌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홍 회장을 상대로 김씨와의 금전 거래 경위, 대장동 개발업자들과의 관계 등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홍 회장이 개인적 필요에 따라 단기간 돈을 빌렸다 갚은 일은 있지만, 대장동 사업과는 무관한 금전 거래로 선을 그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 외에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수사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곽 전 의원의 경우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상태이기 때문에, 조만간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