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으로만 가능했던 '한국 최고의 공격수' 손흥민과 '한국 최고의 수비수' 김민재의 맞대결이 유럽클럽대항전 무대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소속팀의 아쉬운 패배 때문에 생겨난 가능성이긴 하지만 축구 팬들의 기대감은 그 아쉬움을 덮을 만큼 크다.
토트넘은 26일(한국시간) 슬로베니아 마리보르의 스타디온 류드스키 브르트에서 열린 2021~22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조별리그 G조 5차전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상대는 슬로베니아 클럽 무라였다. G조의 최약체로 꼽혔던 팀이기에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후보 선수들을 대거 선발 출전시키는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하지만 토트넘 2군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경기 시작 11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고 라이언 세세뇽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수적 열세 속에 싸우던 토트넘은 결국 후반 들어 손흥민, 루카스 모라, 에릭 다이어, 호이비에르 등 주전 선수들을 투입했다. 손흥민의 활약으로 무라의 골문을 두들기던 토트넘은 결국 후반 27분 한 골을 만회했지만 후반 추가 시간 극장 골을 얻어맞으며 패했다.
같은 날 김민재가 뛰고 있는 페네르바체(터기)도 올림피아코스(그리스)에 0-1로 패하며 UEFA 유로파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럽파 선수들이 같은 날 패배를 당한 것이지만, 그로 인해 '코리안 더비'가 성사될 수도 있다. 손흥민과 김민재는 리그가 다르고 참가하는 유럽대항전도 달라 맞대결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페네르바체가 유로파리그에서 탈락하고 토트넘이 콘퍼런스리그 16강 직행에 실패하면서 '콘퍼런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유럽클럽대항전은 최상위 챔피언스리그와 차상위 유로파리그, 그리고 그 아래 단계인 콘퍼런스리그로 구분된다. 상위 리그 조 3위 팀은 상위 리그 탈락과 동시에 하위 리그 조 2위 팀들과 하위 리그 16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유로파리그 조 3위가 확정된 김민재의 페네르바체는 콘퍼런스리그로 내려와 조 2위 팀들과 콘퍼런스리그 16강을 다투게 된다. 지난 시즌 부진한 성적으로 유로파리그가 아닌 콘퍼런스리그에 출전한 토트넘도 이날 16강 직행이 좌절되면서 유로파리그 3위 팀들과 플레이오프를 치러야만 16강에 올라갈 수 있다.
손흥민과 김민재의 만남 여부는 토트넘이 다음 경기에서도 조 2위를 유지하고, 추첨을 통해 PO 대진표가 나와야 확정된다. 토트넘의 관심을 받고 있는 김민재에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콘테 감독은 물론 토트넘 팬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으며 김민재의 EPL 진출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매체 HITC는 "콘테 감독을 만족시킬 수비수를 찾고 있는 토트넘이 김민재 영입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토트넘은 그를 장시간 관찰했고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김민재가 버티는 페네르바체는 현지에서 "공격력이 부족할 뿐 수비는 안정적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김민재는 그리스의 강호 올림피아코스를 유효 슈팅 3개로 틀어막았다. 반면 해리 케인, 손흥민을 앞세운 공격진에 비해 수비가 약한 토트넘은 이날도 수비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콘테 감독이 겨울 이적시장에서 가장 먼저 손을 댈 포지션도 수비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부임 후 첫 패배를 맛본 콘테 감독은 경기 뒤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현시점에서 토트넘의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다"며 칼바람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