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베리아의 한 탄광에서 화재가 발생해 50명이 넘는 광부와 구조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안전관리 소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탄광 관계자를 체포한 뒤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0분쯤 시베리아 케메로보주(州) 벨로보에 있는 리스트뱌즈나야 탄광의 지하 250m 지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석탄 분말에 불이 붙으면서 불길이 번져 나갔으며, 이후 탄광 안에서는 메탄가스 폭발도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대원은 239명을 구출하고 14구의 시신을 수습했지만, 갱내에 남은 38명에 대한 수색은 중단했다. 탄광 내부가 연기로 가득 차 앞이 보이지 않는 데다, 환기 장치 가동도 멈춰 메탄가스와 일산화탄소 축적으로 수색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후 러시아 당국은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일산화탄소에 중독됐을 것이고, 생존 가능성은 없다”며 이들 모두를 사망자로 집계했다. 희생자는 총 52명으로 늘어났고, 그중 6명은 현장에 투입된 구조인력이었다. 구조된 사람들 중 49명도 유독가스 중독으로 치료받고 있는데, 4명은 중태에 빠졌다.
생존자들은 불이 난 후 탄광 내부가 연기와 가스로 인해 아수라장이었다고 증언했다. 한 광부는 AP통신에 “약간의 충격 뒤 먼지가 발생했다”며 “그 뒤에 가스 냄새가 나 무작정 걸어 올라갔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광부인 러스탐 체벨코프는 “기어가고 있었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누군가 나를 끌어당기는 걸 느꼈다”며 “구조대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모두 죽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화재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미 안전관리 규정 위반을 의심하고 탄광 관리자와 두 명의 고위 간부를 체포한 상황이다. 올해 4월 규제당국이 해당 탄광을 점검했을 때도 화재 관리 규정 등 139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기 바란다”며 “이번 죽음은 엄청난 비극”이라고 애도했다.
그간 러시아에선 크고 작은 탄광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리스트뱌즈나야 탄광에선 2004년에도 메탄 폭발이 일어나 14명이 숨졌다. 2007년엔 케메로보주의 또 다른 탄광에서 메탄 폭발로 110명이 목숨을 잃었고, 비교적 최근인 2016년에도 러시아 북부 탄광에서 잇따른 메탄 폭발로 36명의 광부가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