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반란으로 집권한 독재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전씨 당사자에 대한 추모보다는 그로 인해 희생당한 피해자들을 우선 추모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씨의 사망을 축하하면서도 제대로 단죄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여론도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SNS의 여론을 거스르는 메시지를 남긴 더불어민주당 공식 계정이 뭇매를 맞고 있다.
민주당의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공식 계정은 23일 전씨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는 표현을 사용해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비판이 이어지자 이 계정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전두환씨'로 수정한 메시지를 다시 올렸지만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는 표현은 다시 사용했다.
이에 대해 SNS 이용자들은 "학살자의 죽음에 명복, 애도라는 단어를 어떻게 쓸 수 있느냐" "전 대통령이라고 쓴 게 다 박제(화면 스크린샷 등의 방식으로 저장됨)됐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2차 시도' 역시 비판의 십자포화를 받자 민주당은 이 메시지 자체를 다시 삭제했다.
'전 대통령'이나 '명복, 애도' 등의 표현은 SNS 관리자의 독자적 표현이 아니라 고용진 수석대변인 명의의 서면브리핑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민주당 쪽 설명을 보면 이와 같은 전씨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는 '자연인에 대한 애도'와 독재자로서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구분하겠다는 뜻이다. 고용진 의원은 "자연인으로서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지만, 대통령을 지낸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주장은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앞서 전씨와 함께 군사반란을 진행한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정부의 국가장 결정까지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리는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은 전씨에 대한 국가장은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다. 고 의원은 "노 전 대통령에 국가장 예우를 한 건 나름의 역사적 참회와 반성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런 것 없이 떠나서 (전두환) 국가장은 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모두가 당과 같은 입장을 낸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선후보는 전씨에 대해 "(호칭은)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기 때문에 전두환씨라고 하는 게 맞다"며 조문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살육과 고문 주범이 사과 한번 하지 않고, 천수를 누리고 갔다"며 "5·18 민주화운동 등 아직도 많은 희생자들이 전두환의 죽음을 정리나 종료로서 받아들일 수 없게, 수많은 현안이 여전히 미완 상태라는 것이 답답하고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SNS에선 "민주당은 권 의원의 글을 참고해 메시지를 다시 내라"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