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윤석열과 연락 끊고 합류 거부… '찬바람' 심상찮다

입력
2021.11.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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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이준석 통해 "내 이름 올리지 말라"
尹, "총괄선대위원장 없이 갈 수도"
"끝내 갈라서는 최악의 상황도 대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에 시베리아급의 찬바람이 불고 있다. 윤 후보가 김종인ㆍ김한길ㆍ김병준 '3김(金) 선거대책위원회' 구상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인 22일 김 전 위원장이 사실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두 사람이 아예 갈라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윤 후보의 승리 퍼즐엔 '김 전 위원장 합류'가 필수조건으로 따라붙는다. 중도 확장과 정치 혁신의 키를 김 전 위원장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김한길ㆍ김병준 '2김(金) 체제'로 급히 변경해 선대위를 출발시켰지만,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

김종인과 갈등, 감추지 않은 윤석열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과의 갈등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22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당대표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회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인사안만 통과시켰다.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은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 여부에 대해) 하루이틀 시간을 더 달라 했다. 본인이 최종 결심하면 그때 인사안을 올리겠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과의 '이상 기류'를 먼저 공개한 것이다. 21일 밤 늦게 김 전 위원장이 이준석 대표를 통해 윤 후보에게 "최고위에 내 인선안은 올리지 말아달라"고 알렸다고 한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직접 소통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 전 위원장과 관계가 꼬인 이유를 묻자 윤 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여러분이 취재 해봐라. 저도 정확하게 모르겠다." 김 전 위원장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표출한 셈이다.


냉랭한 김종인… "더 이상 할 말 없다"

김 전 위원장도 냉랭했다. 서울 광화문 사무실로 찾아 간 기자들이 '선대위 합류를 고민하는 이유가 뭔가' '윤 후보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고 거듭 물었지만, 말 없이 고개만 가로 저었다. 김 전 위원장은 "나는 선대위 합류를 하루 이틀 고민할 시간 갖겠다고 얘기한 적도 없다"고 말을 잘랐다. 침묵은 윤 후보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다.

두 사람의 관계가 단단히 틀어진 건 20일 만남 직후라는 해석이 많다. 당시 윤 후보는 김병준 전 위원장과 함께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을 방문했고, 이후 윤 후보가 언론에 "김종인 전 위원장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선임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종인 전 위원장은 "찬성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비서실장으로 거론되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도 여전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직속으로 '정책검증팀'을 신설한다는 내용의 조직안도 걸림돌이다. 후보 직속의 팀과 위원회가 많아질수록 총괄선대위원장의 권한은 줄어든다. '김종인 원톱' 체제 대신 '3김 지도부' 체제를 밀어붙인 윤 후보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반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윤석열·김종인 일단 갈라서나?

두 사람의 갈등은 이미 상당히 깊어졌다. 윤 후보는 22일 당 지도부에 "총괄선대위원장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총괄선대위원장 없이 선대위를 당분간 꾸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늦어도 다음 달 6일 선대위를 공식 발족할 계획인데, 그때까지 김 전 위원장 합류가 어렵다고 본 것이다.

김 전 위원장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김 전 위원장의 한 측근은 "두 사람이 갈라서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윤 후보를 대신해 이날 김 전 위원장을 만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선대위 합류에 대한 확답을 듣지 못했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 설득을 위한 끈을 아예 놓은 건 아니다. 장제원 의원의 비서실장 임명을 일단 보류한 건 김 전 위원장을 존중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김태호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윤 후보와 가까운 중진들이 선대위 전면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두 사람의 관계를 풀기 위한 분위기를 만드는 차원이다. 윤 후보 측도 "물밑에선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강유빈 기자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