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색깔 뺀다'...이재명의 위기 돌파 카드는 득 될까, 독 될까

입력
2021.11.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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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서 이 후보에 '당·선대위 쇄신 전권 부여'
이재명 "조속히 쇄신안 만들어 국민께 보고"

"더불어민주당 색깔은 빼고, 이재명 색깔은 강화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최근 행보는 이렇게 요약된다. '기득권·꼰대' 이미지가 굳은 민주당과 결을 달리하되, 후보 중심의 '인물론'으로 거센 정권교체 여론을 비껴가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역량으로만 판단하면 이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 낫다"는 자신감의 일환이다. 다만 이 후보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탈바꿈하려는 전략이 '집토끼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민주당에 '이재명 색깔' 입히기 시동

이 후보는 연일 '나와 민주당은 다르다' '민주당을 바꿔 놓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19일 유튜브 라이브에서 "민주당이 너무 안일하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건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고, 20일 충남 논산 화지시장 연설에서는 "국민이 저한테 뭘 기대했을까. '확 바꿔라' 아니겠나. 제가 그걸 충분히 받아 안지 못했고 민주당이라는 큰 그릇 속에 점점 갇혔다"고 했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선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21일 "처음으로 돌아가서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덩치만 크고 대응이 느리다'고 지적 받고 있는 선대위 쇄신을 포함한 당 혁신과 관련한 전권을 이 후보에게 위임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송영길 대표는 의총 뒤 브리핑에서 "의원들이 모두 '다시 뛰자'고 결의함과 동시에 선대위 쇄신과 의사결정 기동성, 소통의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대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원들의 의지를 받들어 조속히 쇄신 방안을 만들어 집행하고 국민 여러분께 보고하겠다"고 화답했다. 조만간 기민한 대응이 가능한 효율적인 선대위 구성을 목표로 대대적인 수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론 피해 '후보 대 후보' 구도 강조

민주당 대선후보가 '민주당 색깔 빼기'에 나선 역설은 압도적인 정권교체 여론 때문이다. 대선 대진표가 확정된 지난 5일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 여론을 압도해 왔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선 지 오래다.

대선을 '민주당 대 국민의힘' 구도로 치르기엔 운동장이 기울어졌다는 얘기다. 이에 '당 대 당' 대신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를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주 1회 일 대 일 정책토론'을 제안한 것도 정책 역량의 우위를 보여줄 기회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은 여론조사 지표상 지지율 정체에 빠져 있음에도 후보 간 외교·안보 정책 또는 경제 정책 역량 평가에선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 후보가 전날 "인물을 비교하면 이재명이 낫긴 한데, '민주당이 싫다, 부족하다' 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文보다 낮은 李 지지율... '섣부른 차별화' 우려

위기 돌파를 위한 이 후보의 카드는 그러나 '양날의 칼'이다. 19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31%로,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34%)에 미치지 못했다. 이 후보가 임기 말 문 대통령의 지지율조차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자체 실시한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 후보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이가 10명 중 1명꼴이었다"고 했다. 이 후보의 차별화 시도가 자칫 전통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불릴 만큼 이 후보와 윤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것도 이 후보의 '인물론'이 탄력을 얻기 쉽지 않은 요인이다. 19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후보의 비호감도는 63%로, 윤 후보(56%)를 오차범위 이상으로 앞섰다. 비호감의 원인이 민주당뿐 아니라 후보 본인에게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민주당과의 차별화 전략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 핵심 인사는 "'당이 아니라 후보를 보고 뽑아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키려면, '기존의 민주당과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