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최근 이 사건의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새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결과 내용을 검찰과 공유했다.
'주고 받기 관행'에 따라 포렌식 내용을 공유한 경찰이 검찰에 어떤 수사 내용을 요청해 받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검찰과의 중복수사 우려 때문에 일부 수사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인 내용은 유한기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의 황무성 전 사장 사퇴 종용 의혹과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의 '30억 원 뇌물 의혹' 등이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송병일 경무관)은 지난 17일 유동규 전 본부장의 휴대폰 디지털포렌식을 완료했다. 지난 9일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휴대폰 포렌식 내용을 공유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으나, 당시에는 포렌식이 완료되지 않아 이번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공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이 적극 협력해 대장동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 일환이다.
새 휴대폰은 지난 9월 중순 개통한 것으로 9월 29일 검찰이 유 전 본부장 거주지 압수수색에 나서자 유 전 본부장이 창밖으로 던져 은폐를 시도했던 휴대폰이다. 검찰은 이를 찾지 못했으나 경찰이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휴대폰을 주운 시민을 찾아 압수했다.
경찰은 휴대폰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 내용은 물론, 텔레그램도 열어 대화내용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7분 동안 이뤄진 마지막 통화 상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측근인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의 정진상 부실장으로 확인되면서 유 전 본부장이 휴대폰을 버린 이유를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야권을 중심으로 정 부실장 이외에 또 다른 통화 상대가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복원된 통화목록과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사건을 푸는 실마리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이 새 휴대폰 포렌식 결과를 검찰에 넘기면서, 자연스레 검찰로부터 넘겨 받을 수사내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이달 초까지 검찰로부터 어떠한 수사내용도 공유 받지 못한 상태다.
유동규 전 본부장의 새 휴대폰을 확보한 경찰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유 전 본부장의 옛 휴대폰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당초 옛 휴대폰의 위치를 파악해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직접 압수하면서 옛 휴대폰 확보에는 실패했다.
검찰은 새 휴대폰 내용을 전달 받으면서 유 전 본부장의 배임 및 횡령, 윗선개입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지만, 증거은닉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 입장에선 옛 휴대폰 내용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의 옛 휴대폰 외에도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2인자로 ‘유투’로 불렸던 유한기(66) 전 본부장과 '30억 뇌물 의혹'이 제기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관련 수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최근 유한기 전 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최 전 의장의 자택과 화천대유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사전 정지작업을 주도한 인물이면서 당시 황무성 성남도시공사 사장에게 ‘시장님’ ‘정실장’ 등을 언급하며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전 의장은 시의회 의장 시절 성남도시공사 설립을 도운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현재는 화천대유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영학 녹취록에 “성남시의장 30억 전달”이라는 내용까지 언급돼 진위 확인이 필요하다.
경찰은 최 전 의장에게 ‘사후수뢰’ 혐의를 적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사후수뢰는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하고 나중에 돈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했을 때 성립되는 범죄다.
경찰이 검찰을 통해 확보하고자 하는 '마지막 자료'는 대장동 핵심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이 자체 수사를 하고 있지만 검찰과의 중복수사 우려 탓에 제대로 된 소환 조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사업 핵심 인물들의 진술을 확보해야 퍼즐을 맞출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과 검찰의 상호 합의에 따라 유동규의 휴대폰 포렌식 결과를 검찰과 공유했다”며 “‘이거 줬으니 저거 달라’는 식은 아니지만, 검찰도 경찰이 요청한 내용에 대해선 최대한 공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