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0시 기준 수도권에서 하루 이상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는 코로나19 환자가 520명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입원 대기 중 사망한 코로나19 확진자도 6명이나 된다. 우려했던 병실 부족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작 후 3주도 채 안돼 현실이 됐다. 의료 붕괴 조짐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환자를 비수도권으로 옮겨 병상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장과 동떨어진 임시방편"이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병상을 공동으로 활용하겠다"는 '수도권 의료대응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의 코로나19 중환자 가운데 △산소호흡기 등 필요 장비가 갖춰지고 상태가 안정돼 있거나 △상태가 좋아져 준중증이나 중등증으로 분류할 수 있는 환자를 비수도권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지역은 1시간 이내에 이송 가능한 곳으로 한정한다. 이송 수단은 구급차는 물론 헬기까지 동원한다. 헬기가 뜨면 경북권으로도 옮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증 환자도 수도권 생활치료센터에 자리가 없으면 버스를 임차해 충북권까지 이송하겠다고 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초응급 상황이 지나고 안정적인 치료기에 들어간 환자들을 1~2시간 안에 지방 국립대병원 중환자실로 이송해서 수도권은 지속적으로 초응급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안 좋아질지 모를 환자를 옮기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비수도권으로의 이송은 중환자 수가 정점을 찍고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써야 할 수단인데 정부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너무 일찍 꺼냈다”고 비판했다. 박성훈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위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은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미리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차라리 더 안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환자실에서 나가려 하지 않는 환자,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에 대해선 '페널티'도 꺼내 들었다. 권 장관은 "치료가 종료됐거나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 없는데 전원·퇴원을 거부하는 경우엔 비용을 자부담하는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환자들이 코로나19 치료가 끝났는데 기저질환이나 고령 등의 이유로 중환자실에 남아 있으면서 코로나19 병상 부족을 부추긴다는 의료계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정부는 또 장비나 인력 부족 외 다른 이유로 코로나19 환자를 거부하는 병원에 대해선 미사용 병상에 대한 손실보상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거점전담병원 2곳(165병상), 감염병전담병원 2곳(85병상)을 추가 지정했다고도 밝혔다. 지난 두 차례 행정명령을 통해 병상을 준중증용 452개, 중등증용 692개를 확보했는데, 더 늘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인력 부족에 대해선 파견 형식의 지원 입장만 되풀이했다. "현재 1,312명의 의료인력을 확보했고, 그중 505명이 중환자실에 즉시 투입할 수 있다"는 게 방역당국 설명이다.
김윤 교수는 그러나 “투입된다 한들 기존 인력과 호흡을 맞춰보지 않았는데, 실수하면 누가 책임질 건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상급종합병원이 채용 대기 간호사를 미리 뽑을 수 있게 지원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환자가 줄어들 요인은 없다"고 못 박았다. 확진자, 중환자가 계속 늘 거란 얘기다. "앞으로 3주 정도가 가장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활동이 왕성해지는 겨울이 오는데 '3주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더 늦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제때 치료받지 못한 사망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비상계획을 발동해야 하는데, 정부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대책만 반복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중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아예 모듈러 임시 병동을 공터에 만들어 긴급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