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배달 투잡 뛰는 男 대폭 증가… '보호장치'는 없다

입력
2021.11.19 04:30
10면
배달기사 폭증에 수입은 되레 줄어
불공정계약 비율은 50% 수준 육박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통과시켜야"

음식 배달과 같은 이른바 플랫폼 노동을 부업으로 뛰는 이들이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득이 줄면서 본업만으론 먹고살기가 팍팍해진 탓이다. 문제는 이 많은 사람들이 처한 노동 환경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않는 플랫폼 종사자가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부당 대우나 일방적 해고 등 각종 위험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플랫폼으로 향하는 청년들… 55%가 2030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를 광의와 협의로 구분한다. 넓은 의미에선 단순 구인구직 중개 앱과 웹사이트를 이용한 사람까지 포함하고, 좁은 의미로는 플랫폼이 일감뿐 아니라 대가나 보수도 중개하고 일 배정에도 관여하는 경우다. 음식주문 앱에 연결된 배달 노동자가 좁은 의미의 플랫폼 종사자에 해당한다.

1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를 살펴보면, 광의 종사자는 220만 명으로, 15~69세 취업자의 8.5%나 된다. 지난해 말 179만 명(7.4%)보다 약 40만 명 늘었다. 이 가운데 20대와 30대가 55.2%에 달한다. 전체 취업자 중 2030이 차지하는 비중(34.7%)을 훨씬 웃돈다.


배달기사 등 3배 폭증에 수입은 '뚝'

협의의 종사자는 66만 명(전체 취업자의 2.6%)이다. 작년(22만 명·0.9%)의 3배다. 이들 중 플랫폼 노동이 주업(플랫폼 수입이 전체의 50% 이상 또는 주당 20시간 이상 노동)인 경우는 47.2%로, 지난해 49.7%보다 줄었다. 대신 부업(수입의 25~50% 이상 또는 주당 10~20시간 노동)이 39.5%, 간헐적 참가형(수입의 25% 미만 또는 주당 10시간 미만 노동)이 13.3%로 조사됐다.


협의 종사자는 배달 쪽 일이 압도적이고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배달·배송·운전 업무가 주업형은 82%, 부업과 간헐적 참가형도 각각 69%, 76%였다. 전체 배달·배송·운전 업무 종사자 중 87%가 남성으로, 주업 93%, 부업 81%, 간헐적 참가형 80%의 분포를 보였다. 주업의 경우 월평균 소득은 192만 원으로 지난해(238만 원)보다 많이 감소했다.

10명 중 2명 "돈 못 받아"… 보호장치 필요

종사자는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니 수입은 줄었지만, 이들을 위한 안전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협의 종사자 중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된 비중은 각각 29.1%, 30.1%에 그쳤다. 플랫폼과 어떤 계약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28.5%였고, 계약을 했어도 계약 내용 변경 시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통보한다'가 절반에 육박(47.2%)했다.

제대로 된 계약서나 업무 규정이 없는 부작용은 심각하다. 플랫폼 기업이나 소속업체의 보수 미지급을 경험한 경우가 22%, 비용·손해에 대한 부당한 부담 18.1%, 일방적 보수 삭감은 16%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플랫폼사가 중재나 조정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답이 40~45%에 그쳤다.


고용부 "플랫폼종사자보호법 조속히 제정"

정부도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를 해소하려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을 냈지만 국회에 멈춰 있다. 정작 이 법의 보호 대상인 노동계의 반발이 심하다. 기존 근로기준법의 범위를 넓혀 대등한 법적 보호를 제공해야지, 별도 법을 만드는 건 기업의 책임 회피 여지를 만들어 주는 꼴이라는 주장이다.

플랫폼 종사자마다 여건이 워낙 천차만별이어서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지는 해외에서도 논쟁거리다. 최현석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준수할 의무를 명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한 국회 입법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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