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사상 최대의 세수 오차를 낸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여름 한 차례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초과세수 예측치를 31조5,000억 원이나 높여 잡았음에도, 19조 원의 세금이 더 걷힐 전망이라고 정부가 고백했다. 지난해 2021년 본예산을 작성할 때보다 무려 50조 원 이상이 더 걷히는 셈이다.
세금은 예상보다 더 걷힌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지출과 수입 계획에 맞춰 장단기 나라살림을 짜는데, 그 근거부터 흔드는 일이어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 같은 세수추계 오차가 '의도적'이었는지를 두고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인 파악과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올해 추경 예산 대비 19조 원의 초과세수가 전망된다”고 공개했다. 그간 대규모 초과세수가 지속되자 "연간 초과세수가 10조 원을 조금 넘을 것"(홍남기 경제부총리)이라고 밝혀 왔는데, 이보다 훨씬 많은 약 20조 원을 예상하고 있음을 고백한 것이다.
이는 역대 가장 큰 세수추계 오차 규모다. 앞서 지난 7월 정부는 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국세수입을 지난해 작성했던 본예산(282조7,000억 원)보다 31조5,000억 원 늘려 잡았다. 여기서 19조 원이 또 더해지면 본예산 대비 2021년 실제 초과세수(50조5,000억 원)의 오차율은 17.9%나 된다. 역대 최고기록(2018년 9.5%)을 가볍게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통상 정부는 한 해 예산안을 짜면서, 다음해의 경제성장률과 물가, 소비 등 거시경제 지표에다 기업 영업이익 전망, 부동산ㆍ주식 거래 등 자산시장 전망 등을 종합해 세수를 추계한다.
이 가운데 올해는 성장률과 물가가 정부의 예상보다 크게 높아졌고, ‘안정될 것’이라던 부동산 거래도 계속 활발히 유지되면서 세수가 계속 늘어났다는 것이 기재부의 해명이다.
실제 올해 실적이 좋아질 것을 예상한 기업들이 법인세 중간예납을 늘리면서 9월과 10월 법인세수가 지난해보다 4조2,000억 원 늘었다. 법인세수는 이미 올해 목표치(65조5,000억 원)의 99.4%(65조2,000억 원)가 걷혔다. 여기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높아지면서 자연히 이에 따라붙는 부가가치세가 늘고, 부동산 매매 증가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 등도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세수 오차가 의도적이었다고 의심한다. 대규모 초과세수를 재난지원금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에 반대했던 기재부가 보수적으로 세수 추계를 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기재부는 “의도적 과소추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지만 실제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은 다양한 파급효과를 끼친다.
만약 추경을 통해 추계를 바꿨던 7월 당시 '연간 50조 원 세수 증가'를 예상했다면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예산을 더 넉넉히 편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2조 원이었던 국채상환 규모도 더 늘릴 수 있었다. 올해 100조 원가량인 적자국채 발행량도 줄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가 채무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의 불안한 시선을 떨쳐 내는 것은 물론, 국채 이자도 더 절감할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이다.
남는 세금을 화끈하게 쓰기도 쉽지 않다. 정부의 남는 수입은 다음해 추경 재원으로 활용되기 전에 △교부세·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상환 △채무 상환 등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 19조 원의 세금이 더 들어와도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6조 원에 못 미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추경으로 수정을 하고도 20조 원 가까운 세수 오차가 난 데 대해 정부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며 “당정이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일 것이 아니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