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손준성 검사 측이 수사 과정을 문제 삼으며 동시에 공수처를 압박했다. 윤 후보 측은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된다"며 제보자 조성은씨 배후에 박지원 국정원장이 있다는 '제보 사주' 의혹 수사를 촉구했다. 손 검사 측은 전날 진행된 공수처의 대검찰청 압수수색이 "형사소송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후보 측 대리인인 최지우 변호사는 이날 '고발인 의견서'를 공수처에 발송했다. 윤 후보 측은 지난 9월 13일 공수처에 박지원 원장과 조성은씨, 성명불상자 1명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공수처는 이후 최 변호사를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지난달 5일 제보 사주 의혹 사건을 정식 입건했다.
윤 후보 측은 의견서에서 공수처가 제보 사주 의혹 사건을 형식적으로 입건했을 뿐 수사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 측은 "폐쇄회로(CC) TV 확보, 신용카드 사용 명세 확보, 소환통지 및 소환조사 등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고발장 접수 후 2개월, 공수처 입건 후 40일이 경과된 시점에서 기본 수사도 하지 않았다면 제보 사주 사건을 형식적으로 입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드러냈다. 윤 후보 측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제수사를 언급하자마자 손준성 검사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대검이 대변인 공용 휴대폰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해 포렌식을 완료하자 이를 압수하는 등 정치 편향성이 의심된다"며 "일련의 과정이 우연인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손 검사 측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가 전날 손 검사 측에게 사전통지를 하지 않고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의 컴퓨터 포렌식을 진행한 점을 문제 삼았다. 손 검사 측 변호인은 "공수처가 언론 최초 보도 시점인 오후 1시 42분 이전에 압수수색을 시작했음에도 변호인에게는 유선으로 오후 3시 30분쯤 포렌식 참석 여부를 문의했다"며 "변호인이 대검에 도착한 오후 5시쯤에는 이미 손 검사가 사용한 컴퓨터의 SSD(저장장치)들을 확보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이 사전 통지 절차가 없었다며 이의를 제기하자, 공수처 검사가 "형사소송법 조항을 말해달라"고 요구했고, 변호인이 법전을 찾아 조문을 보여주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집행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포함한 다수의 사건 관계인들에게 포렌식 참여 여부를 묻는 통지 절차를 밟았다"며 "연락을 받은 손 검사 변호인이 도착한 뒤 포렌식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아무런 근거 없이 공수처가 검찰과 사전 교감하에 수사를 진행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변호인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