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이 여행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관광두레’ 업체가 전국에 600여 곳 있다. 잘만 고르면 현지 주민들만 알고 있는 알짜배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울주군의 관광두레 ‘와나스타’와 ‘엠마오’도 그런 업체다.
엠마오는 ‘울주 성지순례길’을 운영하고 있다. 영남알프스 고봉으로 둘러싸인 울주는 천주교가 국내에 전파된 초기, 수많은 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든 곳으로 산자락 곳곳에 공소(주임 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성당)가 남아 있다. 간월재 아래 죽림굴이 대표적이다. 100여 명이 족히 들어앉을 정도로 넓은 굴은 기해박해(1839년) 때 충청과 영남 각처에서 온 교인들이 좀 더 안전한 곳을 찾다가 발견한 피난처로 대재공소로 불린다. 경신박해(1860년) 때 우리나라 두 번째 신부인 최양업이 3개월 동안 은신한 곳이기도 하다.
엠마오는 죽림굴 코스를 비롯해 3개 순례길을 운영한다. 그중에서도 두서면 인보성당에서 출발해 하선필공소, 상선필공소를 거쳐 탑곡공소, 태화강 발원지까지 가는 8.1㎞ 코스가 인기다. 영남알프스 고헌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길로, 험하지 않으면서도 평화로운 시골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옛 성당 자리에 새로 지은 인보성당은 노출 콘크리트 외관의 단아하고 현대적인 건물이다. 예배당과 사제실은 지상에, 나머지 시설은 지하에 배치해 단순미가 돋보인다. 예배당 안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박공지붕 아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이 걸려 있는데, 지붕에서 내려오는 자연 채광이 신비감을 더한다. 전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진 찍기 좋은 예쁜 성당이다.
착한 사람이 모여 산다는 선필마을의 하선필공소는 격의 없이 속마음을 내려놓게 되는 시골집이다. 뒤안에 아늑하게 대숲이 둘러져 있고, 볕이 따스한 앞마당에는 차 한 잔 마시기 좋도록 탁자가 놓여 있다. 마당 한쪽에는 수수한 종탑이 세워져 있고, 새장같이 앙증맞은 삼각 지붕 나무상자에 성모상을 모셔 놓았다. 건너편 산자락에 가을이 깊어 가고, 마을 아래 작은 저수지에는 햇살이 눈부시다. 성지순례길 프로그램은 교인이 아니어도 신청할 수 있다.
엠마오는 순례길 탐방객을 위해 지역 특산물 체험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수제 맥주 생산업체 ‘트레비어’와 전통주 제조업체 ‘복순도가’다. 2003년 사업을 시작한 트레비어는 현재 ‘임페리얼 스타우트’ ‘처용 인디아 페일 라거’ 등 10개 제품을 생산하는, 지역에서 꽤 알려진 브랜드다. 언양읍 반곡리 공장에서 운영하는 펍에서 이 업체의 모든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코인 충전 팔찌로 입맛에 맞는 맥주를 원하는 만큼 내려서 소시지, 피자, 닭 훈제 요리 등 맥주와 어울리는 음식과 함께 먹는 방식이다.
상북면 향산리 시골마을에 위치한 ‘복순도가’는 전통주를 빚는 업체답게 시음 인심이 후하다. 카페처럼 꾸민 시음장에서 업체에서 생산하는 일곱 가지 제품을 두루 맛볼 수 있다. ‘쌀막걸리’와 ‘빨간쌀 막걸리’는 은은한 누룩 향에 톡 쏘는 탄산이 일품이고, ‘슈퍼드라이’는 단맛을 제거해 깔끔하다. 100% 발효원액 탁주와 알코올 40도의 소주도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복순도가라는 브랜드는 마을에서 오랫동안 가양주를 빚어온 ‘박복순 여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현재는 아들 김민규씨가 운영하고 있다. 복순도가 막걸리의 천연 탄산은 ‘긴 발효의 기다림이 주는 선물’이라 자랑하는데, 발효가 막걸리에만 한정된 건 아니다. 양조장 건물도 ‘발효건축’으로 건축학을 전공한 민규씨의 작품이다. 볏짚을 태운 재를 발라 새까만 외벽 사이사이에 새끼줄이 박혀 있다. 단열재로는 왕겨를 사용했다고 한다. 벼와 쌀이 익고 시간이 숙성되는 곳이다.
관광두레 ‘와나스타’는 대암댐 인근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요가·명상 주민사업체다. 현재 ‘울주에서 치유하다’ 당일 강의(3시간)를 운영하고 있다. 명상과 요가 테라피, 마사지 기 체험, 숲길 걷기와 싱잉볼 음악 명상 등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힐링 프로그램이다. 토요일 오전 6시에 진행해 조식으로 옹심이 미역국을 제공한다. 와나스타는 ‘숲에 머물다’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