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부품 속에 마약 숨겨... 경찰, 밀반입 조직 소탕

입력
2021.11.16 12:00
필로폰 엑스터시 등 28만 명분 압수
전국 판매 유통망 갖추고 대량 유통
태국 체류 중 밀매 총책 검거에 총력

동남아시아에서 대량의 필로폰과 합성대마, 엑스터시 등을 몰래 들여와 국내에 유통한 마약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조직은 분해한 차량용 부품 속에 마약을 숨기는 방식으로 1년여간 세관의 감시망을 피해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6일 전국적으로 마약류를 유통하고 판매한 일당 26명을 검거해 1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로부터 마약류를 사들이고 투약한 45명도 검거해, 이 중 5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여간 한국인 판매총책 2명을 상선으로 두고, 서울·경기·인천·충청 등 각 지역에 판매책을, 그 밑에 중간 판매책을 두는 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마약은 국제우편으로 들여왔다. 동남아 등 마약류 생산지에서 차량용 부품을 분해한 뒤 이 속에 필로폰을 숨겨 재조립해 위장하는 식이었다. 한 번에 적게는 500g에서 많게는 700g까지 필로폰을 숨겼다. 이렇게 들여온 마약은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던지기 방식'으로 판매됐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중국 동포를 대상으로 필로폰을 판매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1년간의 집중수사를 통해 조직원들을 전원 검거했다. 태국에 체류 중인 밀수 총책을 대해선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필로폰 6.64㎏ △합성대마 5.46㎏ △엑스터시 5,191정 △케타민 1.04㎏ 등 시가 270억 원 상당(28만 7,800여명 투약분)의 마약류를 압수했다. 필로폰 6.64㎏의 경우, 지난해 1년간 경찰에서 압수한 전체 필로폰(24.5㎏)의 27.1%에 달하는 분량으로, 22만 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양이다.

경찰은 연말까지 주요 마약류 유통·공급 사범을 중심으로 '연중 쉼없는 단속활동'을 전개해 생활 속 마약류 확산 차단에 주력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류는 호기심이나 실수로 경험하더라도 중독성과 의존이 생겨 끊기 어렵고, 끊더라도 뇌손상을 일으켜 완전한 회복이 어려우므로 처음부터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마약류 유통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 범죄이므로,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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