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국회에서 퇴짜를 맞았던 해군 경항공모함 예산의 기사회생 여부가 이달 중 판가름난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해군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경제성을 따지는 사업타당성조사는 물론 국회가 지난해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조건부로 내건 연구 용역에서도 적합 판정을 받았다. 착수 예산도 지난해 100억 원에서 30% 감액한 72억 원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그럼에도 경항모의 필요성과 가성비를 둘러싼 의구심은 현재진행형이다. 투입되는 총예산이 20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주장까지 나왔다. 납세자인 국민뿐 아니라 한정된 국방 예산을 나눠야 하는 육군, 공군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해군참모총장 출신으로 현 정부 초대 국방장관이었던 송영무 전 장관은 10일 "과도한 예산이 해군에 집중돼 육·공군 예산이 줄어든다는 주장은 기우"라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2033년 완성될 경항모 건조비는 2조6,000억 원인데, 이걸로 끝이 아니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비행장'이라는 항모 본연의 기능 수행을 위해선 전투기가 있어야 하는데, 활주로가 좁아 기존 전투기가 아닌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항모 전용 함재기가 필요하다. 함재기 16~20대 구매에 소요될 예산은 항모 건조비보다 많은 3조~4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항모는 '호위무사' 역할을 할 함정을 거느리고 다녀야 한다. 미사일로부터 항모를 보호할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 6~8척으로 구성된 전투단을 꾸려야 하는데, 이러한 비용을 포함하면 20조 원에 육박한다는 주장도 있다. 해군은 "항모전단을 구성하는 구축함 등은 1990년대부터 별도 사업으로 확보해 추가 예산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육군이 기동사단을 꾸릴 때 투입되는 K2 전차, K9 자주포, 공격헬기 등도 모두 개별사업으로 추진된 것과 같은 논리다. 경항모 때문에 새로 투입되는 예산은 20조 원이 아닌 함정 건조, 함재기 구입 등 10조 원 안팎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군 당국은 경항모에 탑재할 수직이착륙기로 미 록히드마틴사의 F-35B를 염두에 두고 있다. 문제는 항공 전력이라는 이유로 공군 예산으로 잡힌다는 점이다. 경항모가 정권의 중점사업이라는 점에서 공군은 지난해 합동참모본부에 수직이착륙기(F-35B)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울며 겨자 먹기'로 제기한 바 있다.
경항모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공군은 조만간 F-35B 확보에 매달려야 한다. 안 그래도 늦은 F-35A 추가 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 F-35A 60대가 필요한 공군은 아직까지 적정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가 2014년 예산 부족을 이유로 "40대를 우선 도입하고 추후에 20대를 확보하겠다"며 한 차례 지연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교롭게 경항모에 장착될 F-35B와 F-35A 구입 물량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에 "F-35A 추가 구매 계획을 F-35B 확보로 대체하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공군은 F-35A 대신 F-35B를 확보하는 것에 탐탁지 않은 분위기다. 8,160㎏ 무장을 달고 1,093㎞까지 비행하는 F-35A에 비해 F-35B는 무장(6,800㎏)과 작전 반경(833㎞)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F-35B 가격은 1대당 수백억 원 더 비싸다. 첨단무기 비중이 작고 작전 중심으로 움직이는 육군은 공군에 비해 예산 타격은 덜하다.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 합참 국정감사에서는 배타적 경제수역(EEZ) 방어에 경항모 대신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4대를 추가 구매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의견이 제기됐다. 한반도 자체가 항모 역할을 하는 만큼, 공중급유기 지원을 늘려 작전 반경을 넓히자는 것이다. 과거 공군의 공중급유기(KC-330·시그너스) 4대 구매에 1조3,000억 원을 들인 만큼 경항모 추진보다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란 논리다.
다만 여객기를 개조한 공중급유기는 기체가 크고 스텔스 기능이 없어 적의 레이더망에 쉽게 잡히는 탓에 전시 급유가 쉽지 않다. 지난 8월 아프카니스탄 주재 한국 기관에서 일했던 아프간인을 국내 이송한 '미라클 작전'에 투입된 공중급유기는 탈레반의 미사일 위협을 회피하는 기능이 없어 카불에 투입되지 못한 채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에서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다. 급유기 대체 논란과 별개로 경항모 자체의 필요성을 입증해 예산을 따내는 것은 해군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