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200억 강남 성형외과 의사들, 16억 못 갚아 징역 3년

입력
2021.11.14 14:30
500억 빌딩서 13개 층 대형병원 운영
추징금에 중국인 고객 줄며 수익 급감
줄 돈 없는데 "금방 갚는다" 빌려 '사기'

서울 강남 한복판 빌딩 13개 층에서 대형 성형외과를 운영하며 200억 원대 연매출을 올리던 의사들이 경영난으로 지인에게 16억 원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1-1부(부장 김상연 장용범 마성영)는 이달 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형외과 의사 A(50)씨와 B(52)씨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 등은 2011년 서울 강남 역세권에 위치한 한 건물의 13개 층을 분양가 450억 원에 매입해 대형 성형외과 병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병원의 연매출은 200억 원 중후반대로 영업이익도 수십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건물 매입을 위해 빌린 돈에 더해, 세무조사로 100억 원대 세금과 추징금을 부과받자 병원 경영은 휘청대기 시작했다. 이들은 급전이 필요해지자 2014년 건물을 담보로 500억 원을 대출받았으나, 갈수록 병원 사정이 나빠져 직원 월급도 주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중국인 고객이 급감하자, 이들은 그해 7월 지인 C씨에게 "세금 추징 등 문제로 일시적인 자금난 상황이니, 5억 원을 빌려주면 한 달 안에 바로 갚겠다"며 돈을 빌렸다. 이후에도 "건물을 매각해 돈을 갚겠다"며 총 16억여 원을 C씨에게 빌렸지만 갚지 못해 결국 사기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와 B씨는 “C씨도 병원 경영 사정을 알고 있었다”거나 “돈을 갚을 능력이 됐다”며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돈을 갚을 능력과 의사가 없는 데도 빌린 게 아니라는 취지다. C씨가 사실상 동업자라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돈을 갚을 상황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C씨를 속인 것으로 판단했다. 돈을 빌리기 전부터 이미 병원 운영수익의 70%를 차지하는 신용카드 매출채권이 신탁돼, 직원 급여와 세금 등 고정지출금도 내지 못했던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또 해당 건물의 전체 층을 쓰는 게 아니다 보니, 건물이 쉽게 팔릴 상황도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범행이 이뤄졌고, 편취액도 16억 원에 달한다”며 “피고인들은 이 사건 후에도 피해자를 속여 돈을 편취했고,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빌린 돈 대부분을 직원들 급여와 병원 운영비로 사용된 점은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최나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