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실 허들' 피하면 돈방석? 이유 있는 오피스텔 열풍

입력
2021.11.14 11:00
16면
아파트 대체재 주거용 오피스텔 호황
100실 미만은 분양권 전매 가능
실수요와 투자 수요 몰려 인기 지속

편집자주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신속한 청약시장 정보를 전해드립니다.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역대급' 호황입니다. 주거용 오피스텔인 '아파텔'이 아파트의 대체재로 주목받으면서 청약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를 갖춘 오피스텔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누구나 지원 가능하고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도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문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분양가입니다.

수도권도, 지방도 불붙은 오피스텔 청약

오피스텔 인기는 청약 경쟁률로 확인됩니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과천시 별양동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은 지난 2일 청약 때 89실 모집(84㎡)에 12만4,426명이 몰렸습니다. 평균 경쟁률은 1,398대 1로 오피스텔 사상 최고입니다.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분양가격은 최저 16억1,800만 원에서 최고 22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튿날 서울 영등포구 '신길 AK푸르지오' 청약에는 신청자가 몰려 시행사 홈페이지 서버가 5시간가량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96실 모집(78㎡)에 신청자는 총 12만5,919명으로, 평균 경쟁률 1,312대 1을 기록했습니다.

오피스텔 청약 열기는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이달 3, 4일 이틀간 청약이 진행된 대구 서구 내당동 '두류역 자이'는 96실 모집(84㎡)에 5만8,261명이 달려들어 평균 677대 1의 경쟁률로 접수를 마감했습니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끄떡없어

세 곳 모두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졌지만 '완판'은 전혀 문제없었습니다. 실수요자와 투자 목적의 수요자가 동시에 몰린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오피스텔은 청약 자격요건이 까다롭지 않고 100% 추첨제라 청약 가점이 낮은 실수요자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거주지로 꼽힙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오피스텔의 바닥난방 가능 면적을 85㎡ 이하에서 120㎡까지 늘려준 것도 실거주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요인입니다. 오피스텔은 발코니 설치 등이 안 돼 같은 면적이라도 실제 크기는 아파트보다 작습니다. 오피스텔의 전용면적 84㎡ 유형은 아파트의 59㎡로 보면 됩니다.

오피스텔은 투자 수요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100실 허들'에 걸리지 않는 99실 이하 오피스텔은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 청약신청금을 내고 당첨만 되면 웃돈을 얹어 팔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오피스텔 당첨자 발표일이면 견본주택 주변에 '떴다방'(불법 이동식 중개업소)이 자주 출몰한다고 합니다.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매제한 대상을 50실이나 70실로 줄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심 내 주택 공급에 '올인'한 정부가 규제 완화 기조에서 다시 규제 강화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환금성 떨어져 매수에 신중

전문가들은 당분간 오피스텔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3, 4인 가구도 거주 가능한 중대형 면적에 바닥난방이 설치되고 오피스텔을 소유해도 무주택자로 인정돼 아파트 1순위 청약 자격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대출 규제도 약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아파트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50%로 제한되는 반면 오피스텔 LTV는 70~80%까지 가능합니다.

요지에서 분양을 앞둔 오피스텔도 수두룩합니다. 서울에서는 구로구 '신도림비바힐스'(106실), 관악구 '신림역동부센트레빌'(713실) 등이 분양됩니다. 경기 구리시 갈매동 '별내역지웰에스테이트'도 1, 2차로 나눠 각각 66실, 99실이 공급됩니다.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곳입니다. 인천 서구 청라동에서는 '청라국제도시아이파크'(1,020실), '청라한양수자인디에스틴'(702실)이 분양됩니다.

다만 오피스텔은 부동산 시장 침체 때 아파트보다 매도가 어려워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은 향후 3기 신도시 등 아파트 공급이 많이 늘어날 전망이라 오피스텔 매수는 입지와 환금성 여부를 잘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