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가 브랜드의 새로운 전환을 준비하며 ‘변화’의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다소 소극적인 개입 수준이지만 브랜드 최초의 전동화 모델이라 할 수 있는 기블리 하이브리드가 시장에 데뷔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특별한 존재이며 보다 ‘젊은 브랜드’로 전환이 될 매개체라 할 수 있는 ‘MC20’ 역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을 찾아 1박 2일 동안, 과거부터 이어지는 ‘마세라티의 현재’와 미래로 이어질 ‘마세라티의 현실’을 동시에 마주하게 되었다. 마세라티 부산 전시장의 협조로 부산에서 마주한 마세라티의 콰트로포르테와 르반떼, 그리고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오너를 위한 플래그십 세단…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쏘
마세라티 부산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건네 받은 차량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 S Q4’다. 더불어 평소 시승에서는 볼 수 없는 단아한 흰색의 차체가 더해져 더욱 이채로운 매력을 제시한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플래그십 세단 부분은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 아래 다채로운 플래그십 세단들이 출시되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고, 콰트로포르테는 이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에서 조금은 벗어나면서도 선명한 차이로 가치를 전하는 모습이다.
콰트로포르테 S Q4의 제원을 보고 있자면 말 그대로 거대한 세단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전장과 전폭에 비해 무척 낮게 그려진 전고를 보고 있자면 ‘마세라티의 달리고자 하는 의지’를 보다 명확히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실내 공간은 한층 발전된 모습이다. 최근 마세라티는 연식 변경을 통해 차량 전반을 다듬었는데 실내 공간의 ‘변화’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특히 새롭게 다듬어진 계기판과 새롭게 그려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더해져 공간 가치를 한층 높인다.
더불어 실내 공간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감각이 곳곳에 자리해 그 가치를 더욱 높인다. 이러한 모습들은 말 그대로 2013년 데뷔한 현행의 콰트로포르테에 새로운 활기를 더하는 것과 같다.
보통 플래그십 세단이라 한다면 최신의 기술과 정교한 조율을 통해 2열 탑승자에게 최고의 승차 경험, 혹은 쾌적한 여유를 제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 하지만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쏘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실제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쏘의 스티어링 휠을 쥐고 주행을 펼쳐보면 ‘플래그십 세단’ 중 가장 역동적이고 주도적인, 그리고 ‘운전자 중심의 이기적인 차량’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430마력이 단번에 쏟아지지 않고 RPM 상승에 따라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내는 것은 물론이고 3,500RPM에서의 배기 사운드 변화, 그리고 이어지는 5,000RPM에서 한층 호방하게 펼쳐지는 사운드는 ‘운전자의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출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때에는 V6 엔진은 꽤나 얌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서 따르는 다른 운전자, 혹은 거리의 보행자들에게는 꽤나 강렬한 사운드과 출력의 존재감을 거침 없이 드러내는 점도 인상적이다.
감각을 일깨우는 듯한 출력의 전개도 매력적이지만 변속기의 조합, 그리고 질감 역시 인상적이다.
BMW의 여러 차량에 적용된 것과 같은 ZF 8단 자동 변속기를 사용하며 마냥 부드럽고, 쾌적한 드라이빙을 그리기 보다는 마치 스포츠카의 수동 변속기를 다루는 듯한 독특한 변속 후 체결 속도 및 연출을 통해 ‘드라이빙의 생기’를 더욱 강조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마치 페라리의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을 제시하는 거대한 패들 시프트를 당길 때의 질감 역시 상당히 선명하고, 호방해 다루는 즐거움이 더욱 도드라지는 모습이다.
더불어 차량의 움직임 역시 호쾌하다. 일반적인 플래그십 세단들처럼 부드러움을 제 1 과제로 삼고, 대담함을 드러내기 보다는 ‘운전자의 주행 의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습이다.
그 크기가 제법 큰 스티어링 휠을 조향하며 그에 맞춰 민첩히 반응하는 차체, 그리고 탄탄하게 조율된 프론트 서스펜션의 ‘주행의 적극성’에 힘을 더하는 모습이다.
물론 리어 서스펜션을 조금 부드럽게 다듬고, 또 드라이빙 모드 변경 시 조금 더 너그럽게 조율하는 모습이긴 하지만 이러한 모습 역시 ‘뒷자리에 사람이 있는 걸 감안해라’ 정도의 메시지일뿐 ‘드라이빙의 템포’를 낮추게 만드는 요인은 전혀 아니었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쏘는 과거부터 이어지고 있는 마세라티의 이탈리안 하이엔드 퍼포먼스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며, 또 ‘세단’이라는 존재를 명확히 드러내는 모습이라 생각되었다.
럭셔리 & 퍼포먼스 SUV의 표본…마세라티 르반떼 그란루쏘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라 할 수 있는 대형화, 그리고 프리미엄화의 기조에 따라 각 브랜드들은 다채로운 고성능, 하이엔드 SUV를 선보이고 있다.
마세라티 역시 이미 꽤 이전부터 ‘르반떼’를 시장에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부산에서 시승한 르반떼 그란루쏘는 앞서 살펴보면 콰트로포르테와 같이 특유의 거대한 스케일과 존재감을 드러내며 도로 위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다.
이번의 개선을 통해 전면 디자인 일부와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등을 새롭게 다듬으며 더욱 선명한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 역시 인상적인 부분이다.
르반떼의 실내 공간 역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감성이 더해졌고, 특유의 호방하면서도 우수한 개방감이 그대로 이어진다.
아무래도 지중해의 반도 국가이며 일조량이 많은 ‘이탈리아’의 감성이 반영된 모습이다. 실제 실내에서 쾌적하게 펼쳐지는 자연을 보고 있자면 한옥의 ‘차경’이라는 개념이 떠오르기도 한다. 체급이 꽤나 큰 편이지만 실내 공간이 아주 넉넉한 편은 아니다.
대신 운전자에게는 최적의 공간 가치와 여유를 제공하는 ‘기본’을 갖췄고 새롭게 다듬어진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르반떼’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 올리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적재 공간도 준수해 ‘차량의 활용성’을 한층 높이는 모습이다. 다만 르반떼 역시 사운드 시스템은 아쉽다.
콰트로포르테가 과거부터 이어지는 현재라 한다면 르반떼는 말 그대로 ‘현재’에 충실한 차량이다. 실제 차량의 개발 및 등장 배경은 물론, 현재의 ‘차량의 포지션’ 역시 시대의 흐름에 너무나 부합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마치 ‘낭중지추’와 같이 뾰족하게 돌출되는 ‘드라이빙의 가치’는 꽤나 인상적이다. 사실 르반떼 그란루쏘는 앞서 시승했던 콰트로포르테 S Q4에 비해 그 출력은 조금 낮은 사양이지만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한 드라이빙의 질감은 충분히 강렬한 모습이다.
정도는 사뭇 다르지만 RPM 상승에 따라 대폭 상승하는 ‘힘의 질감’은 그대로 이어지며 운전자의 질주 본능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트로페오나 GTS 등 이미 더욱 강력한 르반떼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달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 사운드의 매력 또한 고스란히 이어진다. 3,500RPM 부근부터 강렬히 전개되는 사운드를 주행 내내 들을 수 있어 ‘즐거움’이 더욱 돋보였다.
차량의 움직임은 확실히 경쾌하고 민첩한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르반떼의 경우 일반적인 마세라티의 차량들과 같이 운전자에게 적극적인 주행을 요구하는 ‘질감’도 인상적지지만 확실히 주행의 페이스나 움직임이 무척 대담해 주행의 가치를 높이는 모습이다.
물론 체격이 크고 무거운 편이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제동이나 연이은 조향 상황에서 차량의 무게가 느껴지고, 또 부담을 드러나 적극적인 주행을 즐기는 건 다소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충분히 퍼포먼스 SUV의 가치를 높이기엔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마세라티는 ‘현재’에도 충실한 모습이다.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마세라티…기블리 하이브리드
마세라티 브랜드에게 있어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말 그대로 현재의 차량이지만 앞으로 펼쳐질 마세라티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차량이다. 세단 사양인 기블리에 전동화 기술을 더해 ‘V6’ 엔진의 부담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기반’의 역할을 담당한다.
외형에 있어서는 푸른색 디테일을 더한 일부 요소를 제외한다면 여느 기블리와 동일한 모습이기 때문에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고, 그저 매력적인 실루엣을 가진 ‘하이엔드 이탈리안 세단’의 모습이 전부라 생각될 것이다.
사실 실내 공간 역시 이러한 모습이다. 하이브리드 전용의 그래픽이 더해진 계기판과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외한다면 몇 년 전에 데뷔했던 기존의 기블리와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 못할 모습이다.
하지만 주행을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48볼트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 늘씬하고 유려한 보닛 아래에는 4기통 2.0L 슈퍼차저 엔진과 e-부스터의 조합은 30마력과 45.9kg.m의 풍부한 토크를 그려낸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 그리고 후륜구동이 조합되어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정지 상태에서 단 5.7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 역시 255km/h에 이르며 우수한 성능과 효율성의 공존을 이뤄낸다. 실제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국내 공인 기준 8.9km/L의 복합 연비를 갖췄다.
덕분에 기블리 하이브리드와 함께 달려보면 ‘이전의 V6 엔진’을 품은 기블리를 능숙히 대체하는 모습이다. 출력 전개의 질감이나 전반적으로 고르게 구성된 사운드의 매력 등을 듣고 있자면 ‘슈퍼차저 엔진’을 채택한 부분에 ‘호평’을 더하게 된다.
덕분에 주행을 이어가보면 V6 마세라티라 하기엔 날것의 매력이 조금 더 다듬어진 모습이지만 충분히 V6 마세라티를 대체하고,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차량의 전반적인 움직임은 기존의 기블리들과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대신 새로운 구성으로 프론트 부분이 한층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향 질감이나 조향에 대한 반응이 조금 더 ‘가볍게’ 구성된 모습이다. 물론 이러한 조향에 날카로운 반응은 여전히 ‘마세라티다운’ 모습일 것이다.
조향 외에도 차량 전반적인 움직임에 있어 꽤나 스포티한 감각이 도드라진다. 여느 기블리들이 그런 것처럼 나름대로 승차감에 대한 대응은 하고 있지만 차량의 성향이 ‘달리기’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단 번에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성능을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브레이크 시스템, 그리고 연이은 조향 상황에서도 견실한 밸런스 등과 같은 특유의 매력이 하이브리드 사양에서도 고슬나히 이어져 주행을 하면 할수록 특유의 경쾌함과 우수한 퍼포먼스로 더욱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주행을 모두 마치고 난 후에는 ‘전동화 시대의 마세라티’를 한 번 더 기대하게 된다.
촬영협조: 마세라티 부산 전시장, 마세라티(F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