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시장 출사표 하림의 자신감... "한 봉에 2200원, 왜 비싸냐고요?"

입력
2021.11.14 13:00
장인라면 생산하는 양성준 공장장 인터뷰
소, 닭, 돼지, 야채까지 17가지 재료 직접 우려
시간·공력 배로 들지만… '감칠맛' 포기 못 해

무모한 도전일까, 허를 찌르는 한 수일까. 포화상태인 라면시장에 닭고기 기업 하림이 프리미엄 라면 '더미식 장인라면'(이하 장인라면)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라면업계는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서민식품' 라면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품목인데, 개당 2,200원인 고가의 라면을 누가 사먹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시선에 대해 장인라면을 생산하고 있는 양성준(56) 하림산업 공장장은 지난 12일 한국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조미료 등 중간재료를 사서 쓰는 다른 라면공장과 달리 우린 식재료를 하나하나 직접 우려내 만든다"며 "최신 설비에서 시간과 공력을 수십 배는 더 들이다보니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미료를 외부에서 조달해 공정 효율성을 높였다면 고가라는 눈총은 피했겠으나 차별화된 제품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란 자부심이다.

사골 우리는 데만 40시간… "미련해도 감칠맛 위해"

가정간편식(HMR) 사업 진출을 위해 하림이 5,200억 원을 투입한 전북 익산시의 '하림푸드 콤플렉스'는 12만709㎡(약 3만6,500평) 부지에 면류 설비 공장, 천연조미료 및 HMR 생산 공장, 즉석밥 생산 공장이 들어선 복합단지다. 라면을 생산하는 면류 설비 공장 연면적은 3만8,000㎡(약 1만1,500평)에 달한다.

하림의 장인라면 액상소스에는 자연재료가 17가지 들어가는데, 모든 재료는 천연조미료 공장에서 국물을 직접 우려내 만든다. 소뼈의 경우 사골을 우려 농축시키는 데만 40시간이 걸린다. 돼지, 닭, 멸치, 다시마 등 대부분의 재료도 국물을 내는데 평균 20시간은 소요된다.

조미료 생산을 위해 일반 라면 공장에서 쓰지 않는 원심분리기도 설치했다. 육수 안에 들어있는 기름, 이취 등 이물을 분리해 순수 육수를 뽑아내기 위해서다. 양 공장장은 "한 가지 재료당 낮에 7명, 밤에 7명이 붙어서 24시간 불철주야로 국물을 우린다"며 "다른 식품회사가 보면 미련하게 보이겠지만 시중 양산 조미료로는 우리가 원하는 감칠맛을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양 공장장이 구현하고 싶었던 맛은 집에서 만드는 요리 그 자체다. 물 500mL를 붓고 장인라면의 액상소스를 넣으면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국물요리가 돼야 했다. "라면이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장인이 만드는 제대로 된 한 끼로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트륨 양도 다른 라면(1,650㎎~1,880㎎)보다 적은 1,430㎎으로 낮췄다.

하림은 HMR 브랜드 '더미식' 1호 메뉴인 장인라면을 시작으로 볶음밥, 만두, 육수, 국·탕·찌개류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건면을 쓴 장인라면과는 별개로 유탕면과 육개장면 등 다양한 요리식 라면도 선보일 예정이다. 양 공장장은 "비싸다는 인식도 있지만 소비자가 직접 맛보고 우리의 정성과 진심을 느낀다면 시장성은 충분히 확보될 것"이라며 "가공식품이 아니라 '요리'로 인정받을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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