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무덤 진혼제 참석한 하토야마 “도요토미 잔혹한 짓 잊으면 안 돼”

입력
2021.11.0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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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시민단체가 8일 오카야마(岡山)현의 귀 무덤 앞에서 진혼제를 열고 420년 전 숨진 후 시신까지 훼손당한 조선인의 넋을 위로했다. 귀 무덤 또는 코 무덤이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으로 임진왜란 때 왜장이나 왜군들이 자신의 공로를 증명하기 위해 베어 간 조선인의 귀나 코를 매장한 곳이다. 행사에 참석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도요토미가 그런 잔혹한 짓을 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교토에서 세계로 평화를 퍼뜨리는 모임’(교토평화모임)은 이날 오후 3시 오카야마현 쓰야마(津山)시 소재 귀 무덤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비석(이하 위령비) 제막식과 진혼제를 열었다. 위령비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조선 출병의 희생이 된 조선반도(한반도) 사람들의 영혼을 애도하며 공양을 올립니다. 앞으로 오래도록 조선반도와 일본의 우호관계를 기원하며 여러분도 저희와 함께 두 손 모아 기도해 주십시오”라는 글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새겨져 있다. 이 비석을 건립하기 위해 일본에서 약 250명이 성금을 냈다.


이날 행사에는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일본의 가해 행위에 대해 여러 차례 사죄의 뜻을 밝힌 하토야마 전 총리가 참석했다. 그는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상처를 준 쪽은 잊기 쉽지만 상처를 입은 쪽은 그 마음을 오랫동안 계속 가지고 있다. 상처받은 사람에게 사죄하는 마음은 영구히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말 교토평화모임을 설립한 아마키 나오토 사무국장(전 주 레바논 일본 대사)은 “일본인과 한반도 사람들의 역사 인식 차이가 너무 크다. 일본 국민은 너무 (역사를) 모른다”고 한일 관계가 악화한 근본 이유를 진단했다. 위령비 설치를 위해 토지 소유자와 협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한 나카시마 간이치 쓰야마시 시의원은 한일 관계가 “지금 최악의 상태이므로 (이번 행사를 계기로) 더 좋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진혼제에는 민단 오카야마현 지방본부와 조선총련 오카야마현 본부 관계자가 이례적으로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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