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000명 확진 대응하겠다"지만... 현장은 "환자 볼 의료진이 없다"

입력
2021.11.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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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닷새째인 5일 정부가 수도권 의료기관에 코로나19 병상을 추가로 준비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 명이 나와도 감당할 수 있게 대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현장을 모른다고 비판한다. 치료할 사람이 부족한데 병상만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 인력은 단기간에 늘릴 수 없다. 결국 의료 대란을 피하려면 감염 확산을 막는 게 최우선이다.

최대 8500명 확진 대응체계 한 달 안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수도권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추가 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5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한 달 안에 코로나19 준중증 환자 병상 402개, 중등증 병상 692개를 마련하라는 내용이다. 또 중환자 병상 254개를 준비하라는 예비행정명령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코로나19 병상은 중환자용 1,111개, 준중증 455개, 중등증 1만56개가 확보돼 있다. 상당수가 아직은 비어 있다. 하루 평균 확진자가 5,000명 발생하는 상황까지는 감당할 수 있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추가 병상 확보에 나선 건 확진자가 급증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344명이다. 일주일 만에 1,000명 넘게 늘었다. 지난 1일 343명이던 위중증 환자는 5일 382명으로 39명이나 늘었다. 병원이 코로나19 병상을 만들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린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다음 주는 확진자가 더 늘 것"이라며 "병상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어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당국은 행정명령으로 병상이 추가되면 하루 확진자 7,000명 상황까지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얼마나 빨리 증가할지는 미지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하루 확진자가 한 달 이내에 7,000명으로 증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국은 예비명령까지 시행되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허가병상의 4%가 코로나19 병상이 돼 확진자 8,500명까지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중환자 병상 효율화에 중점을 뒀다. 준중증 병상을 늘려 상태가 호전된 중환자를 옮길 수 있게 함으로써 중환자 병상을 위중한 환자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60대는 예방접종을 완료한 보호자와 함께 재택치료가 가능하도록 변경했고, 생활치료센터도 12월까진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행정명령만 네 번째... "일반 중환자 못 받을지도"

의료계에선 그러나 정부가 병상만 늘리는 '쉬운'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보영 순천향대 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상은 쥐어짜내 만든다 해도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해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직전에도 상급종합병원에선 중환자실이 코로나19 환자로 차 있어 다른 환자들이 대기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이미 중환자 병상 31개의 절반에 코로나19 환자를 받고 있다”며 “여기서 더 늘리면 다른 중환자는 아예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의료진은 “영혼까지 갈아 넣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아웃 상태다. 최월남 순천향대 서울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는 “간호사들이 지쳐 이직률이 높고, 급하게 중환자 병상 만들어 인력 채워 넣다 보면 일반 병동이 안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전했다. 박성훈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환자 수가 300명대면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더 늘면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중환자실은 약간의 질적 차이라도 환자 생존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병상 확보 행정명령은 이번이 네 번째다. 정부는 하루 확진자가 1만 명 나오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면 또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영석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행정명령으로 병상 확보만 밀어붙이는 건 근본 대책이 아니다”라며 “경증병원과 중증병원, 요양병원 식으로 대응체계를 구분하고 환자를 원활히 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소영 기자
임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