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탄소배출권 시장 안착 청신호?… "COP26서 협상 진전"

입력
2021.11.04 19:00
브라질, 기존 거부 입장 뒤집어 '양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 탄소배출권 시장 관련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세부 사안을 두고 시시콜콜 제동을 걸었던 브라질 등 일부 국가가 한발 물러서면서 기류가 바뀌는 분위기다. 수년간 지지부진하던 협상에 청신호가 켜짐에 따라, 지구촌의 지속 가능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에도 새 장이 열릴지 주목된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COP26회의에서 국제 탄소배출권 시장 기반을 구축하는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의 한 협상대표는 “여전히 이견이 남아 있긴 하지만 각국 실무 협상자들이 회의 2주차쯤엔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 일정량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배출을 기준치보다 적게 한 나라 또는 기업은 잔여 권리를 국제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나 기업의 경우, 관련 비용을 지불하고 배출권을 살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런 거래가 이뤄지는 무대가 바로 탄소배출권 시장이다. 일종의 ‘거래소’인 셈이다.

현재 EU, 중국 등이 자체 운영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매매가 이뤄지고 있긴 하나, 세계적으로 정립된 시스템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준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고, 공식적인 감시 주체도 없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국제 탄소배출권 시장’을 구축해 투명하고 통일된 국제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이유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조문에도 탄소배출권 시장 관련 내용은 포함됐다. 다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와 관련한 구체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해당사국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브라질이 대표적이다. 탄소배출권 판매국의 감축 노력과 삼림에 의한 탄소 흡수 역할을 배출 감축의 일부로 인정하고, 그만큼 자국 감축 목표에 반영해 달라는 게 브라질의 요구였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이를 ‘이중 계산’이라며 반대해 심각한 마찰을 빚어 왔다.

1997년의 교토의정서에 따라 부여된 감축량(크레딧)을 파리협정 체제로 이전해 사용하는 걸 인정할지의 문제도 날카로운 대립이 빚어졌다. 축적된 크레딧이 많은 브라질 등 신흥국은 이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과 EU는 실제적인 감축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그러나 브라질이 이번 COP26 회의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대감도 한층 커지고 있다. 브라질은 크레딧 이전 요구 완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OP26 브라질 대표단인 파울리노 데 카르발류 네토는 “예를 들어 2013년 같은 특정 기한을 정하고 그 이전 분량은 제외하는 방침을 고려 중”이라며 “타협점을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마르셀루 돈니 프레이레 브라질 기후 및 국제관계 차관도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브라질은 매우 능동적이고 건설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도 낙관하고 있다. 에스펜 바스 에이드 노르웨이 기후환경장관은 “(브라질이) 움직이려는 의지가 커졌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 역시 전날 “COP26에서 탄소배출권 시장과 관련해 각국이 합의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안심은 아직 이르다. WSJ는 “브라질이 어느 선까지 양보할지 불분명한 데다, 협정 일부 문안을 두고 이견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또 관련 합의가 임박한 것도 아니며 진전 추세가 중간에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