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안보협의체)’ 창설 및 잠수함 계약과 관련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에 사과의 뜻을 전하며 마무리되는 듯했던 서방진영의 오커스 갈등이 이번 메시지 공개로 새 국면을 맞는 모양새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장피에르 테보 호주 주재 프랑스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간 정상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진실과 신뢰 측면에서도 전례 없는 최저치를 찍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은 같은 날 파이낸셜 리뷰 등 호주 언론이 마크롱 대통령과 모리슨 총리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공개된 부분은 지난 9월 호주와 프랑스의 77조 원 규모 잠수함 계약이 파기되기 이틀 전 두 정상이 주고받은 내용으로,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하는 잠수함 야망에 좋은 소식을 기대해야 하느냐, 아니면 나쁜 뉴스를 기대해야 하느냐”고 모리슨 총리에게 물었다.
해당 매체는 이를 근거로 마크롱 대통령은 오커스 발족 전 호주와 프랑스의 잠수함 계약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 G20 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모리슨 총리가 거짓말을 했다고 꼬집었던 것을 언급하며, 호주가 끝까지 잠수함 관련 내용을 숨겼다는 마크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프랑스에 사과하며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오커스 갈등엔 다시 불이 붙었다. 테보 대사는 마크롱 대통령이 보낸 문자는 모리슨 총리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니라, 호주가 프랑스에 아무것도 알리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는 일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몰랐다는 점, 그리고 프랑스에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전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모리슨 총리는 문자메시지 유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호주 총리실이 마크롱 대통령이 보낸 메시지를 언론에 제공했느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모리슨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호주는 지난 9월 출범한 오커스에 참여하면서 프랑스와 체결했던 재래식 잠수함 도입 계약을 해지했다. 오커스의 일환으로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지원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동맹으로서 신의를 저버렸다며 미국 등에 반발했고, 이례적으로 호주와 미국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불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