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와 스텔란티스가 디젤차량 배출가스 불법조작으로 또 적발됐다.
환경부는 3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수입, 판매한 6종 4,600여 대 규모의 경유 차량에서 배출가스 불법조작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벤츠는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환원하는 요소수의 분사량을 줄이는 방법을 썼다. 질소산화물은 산성비의 원인으로 꼽히는 등 대표적 대기오염물질이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벤츠가 GLC 220d 등 12개 차종에 같은 수법을 써오던 것을 적발한 바 있다. 환경부는 차종 인증 취소, 642억 원 과징금 부과, 리콜 명령 등 행정처분과 함께 형사고발 조치했다.
이번 조사는 12개 차종 외 모든 경유차를 추가로 들여다본 것이다. 그 결과 18개 중 4개 차종(G350d, E350d, E350d 4Matic, CLS 350d 4Matic)의 경우, 운전 시간이 길어지면 요소수 분사량이 점차 줄어들도록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실제 도로 주행 시 인증 기준보다 8배나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스텔란티스도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의 가동률을 저하시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인증기준에 비해 최대 9배까지나 많이 배출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텔란티스 역시 2018년에 같은 수법을 쓰다 적발돼 인증취소, 과징금 73억 원, 결함 시정명령 및 형사고발 조치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같은 엔진을 쓰는 유로5 '지프 체로키'와 '피아트 프리몬트' 차종에 대해 조사한 결과 또 EGR 가동률이 떨어지게 조작해 놓은 게 확인됐다.
폭스바겐 이후 벤츠 등 해외 수입 차량들이 잇따라 배출가스 조작으로 적발되는 건,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차량 출력이 떨어지거나 요소수를 계속 보충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이번에 적발된 벤츠 4개 차종(2,508대)과 스텔란티스 2개 차종(2,246대)에 대한 배출가스 인증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차량을 수입·판매한 두 회사에는 결함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43억 원, 1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두 회사는 45일 이내에 환경부에 결함 시정계획서를 제출, 승인받아야 한다. 다만, 결함이 시정됐는지 여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의 검증을 거쳐야 해 리콜 조치는 내년 초에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