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북한과 산림 협력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에 저촉 소지가 있는 남북 경제협력에 비해 덜 민감한 산림 복원 지원으로 남북대화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9월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제안에 이어 산림 협력 카드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COP26 기조연설에서 "개발도상국의 산림 복원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년 5월 한국에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주관하는 국제 산림 총회가 열리는 것도 염두에 둔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산림 분야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및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산림 복원을 비롯한 인도적 협력 논의가 일절 중단됐다. 최근 인도적 지원을 앞세운 한미의 대화 재개 시도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온 북한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또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해 2018년(온실가스 배출 정점연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단기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하는 "도전적 과제"라고 강조하면서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0위 수준으로, 선진국과 환경단체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세계 정상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모인 무대에서 '그린 선도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30% 감축하는 '국제 메탄 서약' 가입도 약속했다.
이 밖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석탄발전소 8기를 폐쇄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2기를 추가 폐쇄한다는 약속을 했고,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논의에 청소년이 참여하도록 '청년 기후 서밋' 정례화를 제안했다.
2일까지 열리는 COP26에서 문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신임 총리를 만날지도 관심사다.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에 나선 기시다 총리는 COP26 기간에 미국, 영국 등 정상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기시다 총리의 영국 체류시간이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문 대통령과 조우가 성사될지 불투명하다. 청와대는 "한일 정상회담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두 정상이 간단한 인사를 나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