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이재명표' 입법과 예산을 보여줄 시간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28일 정기국회 전략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으로 잃은 점수를 만회하고 대선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이재명이 일은 잘한다'는 평판을 회복해야 한다.
입법과 예산은 여당 대선후보의 '무기'다. 민주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한 다수당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순순히 봐주진 않을 것이다. 국회는 여야 타협의 정신으로 작동하는 만큼, 민주당이 무조건 직진할 순 없다.
입법·예산에 제동이 걸리면 이 후보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의 민주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그는 "민생에 필요한 것은 국회에서 날치기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이재명표 입법의 키워드는 '부동산'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택지의 전면적 공공개발과 개발이익 환수를 공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민간의 개발이익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로 지원 사격하고 있다. 진성준 의원은 공공이 참여한 법인이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 민간의 이익률을 사업비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도시개발법 개정안을 냈다. 홍정민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에 도시개발사업 시행자의 토지 처분을 감독할 권한을 부여하는 '화천대유 수의계약 방지법'(도시개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기본주택·기본금융 등 이 후보의 '기본 시리즈' 공약 관련 법안도 발의돼 있다.
이재명표 예산의 화두는 지역화폐 예산 증액. 기획재정부는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을 2,403억 원으로 줄여 올해 대비 77.2%가량 삭감했다. 기재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시적으로 늘린 예산을 '정상화'했다는 입장이지만, 이 후보는 경기 부양을 위해 예산을 늘려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 후보는 28일 "민주당에 증액을 공식적으로 요청드렸고,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이라고 기재부를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지역화폐 예산 증액을 "독불장군식 매표 정치"라며 반대한다. '경선 후유증'이 남은 민주당 내부의 협조도 변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적극적이지만, 일부 친문재인계 의원들은 '기본 시리즈' 등 이 후보 핵심 공약을 반기지 않는다.
이 후보가 예산안을 두고 정부와 충돌하는 게 득인지, 실인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이재명이 하는 정권교체 프레임을 부각할 수 있다"는 견해와 "불안한 후보론만 강화된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이 후보는 민주화 이후 최초의 '의회 경험 없는 거대 정당 대선후보'다. 이번 정기국회는 이 후보의 '의회관' '민주주의 철학'을 살펴볼 검증대다. 이 후보는 올해 7월 2차 코로나 추경안을 두고 당정이 갈등하자 "과감한 날치기"를 주문했다 빈축을 샀다. 대선후보에 등극한 그가 비슷한 인식을 또다시 드러낸다면, 역풍이 더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