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청와대 회동을 두고 "(이전에도 대통령과 대선 후보가 만난) 전례가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의 면담 요청을 (수용) 안 하겠다 하면 그것도 엄청난 정치적 의미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여야를 떠나 서로 여당일 때 후보 요청에 의해 그 당시 대통령이 만나셨던 전례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데, 이번 회동이 이 후보를 감싸는,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반박한 것이다.
박 수석은 야권 후보의 대통령 면담 요청이 오면 응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하며 "(이재명 후보와의 회동 때처럼) 선관위 유권해석을 거쳐 야당 대통령 후보도 현직 대통령과 충분히 품격 있게 적당한 대화를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왜 녹음이 안 되는 곳에서 만나냐는 홍준표 의원의 지적에는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통령이 정치 중립을 오랫동안 강조해왔고 어제도 충분한 검토 후 (면담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그는 최대 현안인 부동산 문제에 관해 "굉장히 많이 상승하는 양상을 보여왔던 부동산 문제를 매주 체크하고 있는데 9월 둘째 주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상승폭이 둔화하거나 지역에 따라 집값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해왔던 정책의 효과가 반영된 것인지 이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 시장 심리의 변곡점으로 볼 건지 등 민감한 모니터링과 판단의 시간에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부동산 관련해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최고의 민생 문제이면서 개혁과제"라고 딱 한 줄로만 언급한 데 대해서는 "부동산에 관한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설마 대통령께서 딱 한 줄로 말하고 피해 가려고 했겠느냐"라며 "그 한 줄에 담긴 대통령 마음의 무게가 얼마나 클지 옆에서 지켜보면 충분히 짐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생 문제라는 뜻은 중요한 주거 안정 문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 드려 얼마나 죄송스럽겠느냐는 차원이었다"며 "개혁과제 역시 국민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렸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혁신·부동산 비리척결 등과 다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이런 시기(집값 상승폭 둔화)에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에 여러 이야기를 하는 게 오히려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었다"며 "민생 문제와 개혁과제 속에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문제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 심리에 미칠 영향도 고려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문제에서 우리 정부는 자신 있다"(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고 호언장담했던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한 줄 언급으로 사실상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 수석은 "시정연설은 내년도 예산안에 관한 설명을 주로 하는 것이라, 현안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쪽으로 설명이 잘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관리와 주택공급의 차질 없는 추진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비록 다 활용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음 정부가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택지 공급 기반이 마련됐다"며 "과거 10년 평균 입주 물량이 전국 단위로 46만9,000호였다면 앞으로 10년은 56만3,000호가 될 정도로 장기적 공급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27일 예정된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면담 시 교황의 방북 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교황의 방북 논의는 북한과 교황청 간의 외교 문제라 (우리가) 개입해서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워했다.
다만 "여러 정상이 참석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을 계기로 교황과 이런(방북)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세계 평화에 대한 관심도를 제고하는 좋은 기회"라며 "교황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과 방북 의지가 있고 또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초청할 의사가 있었던 것 등을 회상하고 기억하면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한 교황의 지지를 다시 한번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라고 기대했다.
한미 간 논의 중인 종전선언의 시점에 대해서는 "예단할 수 없다"며 "성급하게 예단하면서 기대하는 것보다는 좋은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좋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