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8일 서울 서초구 소재 회사 사무실에서 남녀 직원이 생수를 마신 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된 동료 직원 A(사망)씨가 사건 당일 회사 건물 안팎에서 보인 행적들이 확인됐다. 피해 직원들이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후로 A씨는 사무실 앞에서 한참 동안 배회하고, 퇴근 후엔 동료 직원과 회사 건물을 나섰다가 곧바로 혼자서 회사로 되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A씨가 피해 여성 직원이 실려간 지 20분쯤 지난 시점에 사무실을 나와 10분가량 엘리베이터 앞을 서성이거나 주저앉은 자세로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을 확보했다. 영상에는 A씨가 도로 사무실에 들어간 뒤 10분쯤 지나 구급대가 피해 남성 직원을 사무실 밖으로 싣고 나오는 장면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영상 기록 기준 피해자 이송 시간은 여성이 오후 2시, 남성은 2시 47분이다. 두 사람이 시차를 두고 쓰러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여성은 당일 의식을 회복하고 퇴원했지만, 남성은 위중한 상태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닷새 뒤인 23일 숨졌다.
또 한국일보가 확보한 회사 건물 밖 CCTV 영상에선 A씨가 오후 5시 48분쯤 동료 직원 1명과 함께 회사 건물을 나와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녹화됐다. A씨는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회사로 돌아왔고, 3분쯤 뒤 먼젓번과 달리 재킷을 손에 든 채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어 그는 평소 버스 정류장과 반대 방향인 지하철역 쪽으로 걸어갔다. A씨는 평소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두 피해자가 마신 물이 든 생수병에서 독극물이 나오지 않자, A씨가 경찰 출동에 앞서 사무실 물병을 바꿔치기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해왔다. A씨가 퇴근 직후 혼자서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CCTV 녹화 영상은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경찰은 사건 당일 오후 10시 넘어서야 사무실 현장을 찾았다.
A씨는 사건 다음 날 무단결근한 뒤 그날 오후 관악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혈액에선 독성 화학물질인 아지드화나트륨이 검출됐고, 숨진 남성 직원의 혈액에서도 같은 물질이 나왔다. 다만 피해 여성 혈액에선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CCTV와 사무실 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 전후 A씨 행적을 상당 부분 확인하고 이번 사건을 A씨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A씨 범행 타깃이 숨진 남성 직원이었고 다른 피해자들은 계획 범행 대상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향후 A씨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도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