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유류세 20% 인하...휘발유 L당 164원 싸진다

입력
2021.10.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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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물가 잡기 총력전...유류세 인하율 역대 최고
정부 "월별 약 0.33%포인트 물가 인하 효과 발생"
LNG 할당관세도 0%로 조정...늑장 대책 지적도

이달 물가상승률이 10년 만에 3%대를 기록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등 물가 위기가 현실화하자 정부가 다음 달 12일부터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20% 인하하기로 했다.

공공요금 동결 정책만으로 물가 급등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20% 인하율은 지난 2000년 이후 역대 최대 인하 폭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휘발유 기준 1L당 164원이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고 정부 대응책도 뒤늦게 나와 물가 급등세를 잡기에는 그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국민과 기업, 근로자들의 동절기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 다음 달 12일부터 내년 4월 말까지 약 6개월간 유류세를 20% 인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휘발유에는 L당 주행세·교육세 등 820원의 유류세가 붙는데, 이를 20% 낮출 경우 휘발유 가격은 L당 164원 하락한다. 10월 셋째 주(10월18~22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1,732원)에 적용하면 휘발유 가격은 L당 1,568원까지 9.5% 낮아진다. 경유 가격은 L당 116원, LPG부탄은 40원 인하된다.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시차(통상 2주)를 감안하면 국민의 실질적인 체감 효과는 11월 말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2조5,000억 원의 세금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15%의 인하율을 유력하게 검토했던 정부가 이날 당정협의에서 인하율을 역대 최고인 20%로 상향 조정한 것은 최근 물가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째 2%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올라 인하율이 낮을 경우 체감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홍 부총리는 “유류세 인하가 석유제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월별 0.33%포인트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물가안정 문제는 최우선 민생정책인 만큼 정부는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집중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000년에 2달 동안 4.7%, 2008년엔 10달 동안 10% 유류세를 인하했다. 2018년에는 11월부터 6개월간 15%, 이후 3개월은 7% 낮췄다. 유류세는 탄력세 체계여서 국회 동의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최대 30%까지 인하할 수 있다.

물가 안정화 대책으로 연말까지 공공요금 인상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정부는 유류세 인하 기간 동안 LNG 할당관세도 0%로 낮춰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게 했다. 국제 가격 급등으로 도시가스 요금 인상 압력이 커지자 아예 관세를 내지 않고 LNG를 들여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홍 부총리는 “할당관세 인하를 통해 확보한 여력은 11~12월 가스요금 동결, 발전·산업용 가스요금 인하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수요 부족 등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어 세금 인하 약발이 크지 않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에너지 가격이 불안하기 전 선제적 대응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유류세를 내려도 체감효과가 적을 수 있다”며 “연초부터 국제유가가 뛰었고 유류세 인하 요구 역시 이전부터 제기됐던 점을 감안하면 시기적으로도 늦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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